국내 대표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난임치료 기술을 국내 최초로 중동에 수출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순탄해보였던 제일병원. 그러나 현재 막대한 부채로 은행권 대출마저 막히는 등 재무(財務) 상황에 비상등이 켜졌다.
병원은 자구책으로 '임직원 임금 20%를 삭감하는 안(案)'을 제시했는데 이 사안이 노사 간 내홍으로 번지고 있는 등 사태가 점점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제일병원은 지난 1963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여성전문병원으로, 현재 직원만 1000여명에 달한다. 병원 대표자인 제일의료재단 이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사촌지간인 故 이동희 박사의 아들 이재곤씨다.
'여배우들이 택한 산부인과', '우수한 해외환자 유치 실적' 등으로 명성을 쌓아온 제일병원의 어두운 그림자는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2016년도 노사 임금 협상 테이블에서 드러났다.
앞선 교섭에서 노조가 임금 총액 3% 인상과 함께 단체협약 일부 개정을 요구했는데, 병원 측이 "당장 자체 자구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심각성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말 열린 노사 협상 자리에서 병원 측이 "현재 은행권에서 추가 대출도 안 되는 상황이고 원금 상환 압박이 들어오고 있어 자금 조달이 어렵다. 당장 9월부터 급여가 못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병원 직원 A씨는 “한때 내부에서는 병원이 팔릴 수도 있다는 둥 안 좋은 소문이 돌았다. 당시 사측이 사실무근이라며 이를 부인했는데, 결국 비상경영체제를 돌입해야한다고 하니 충격이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제는 현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도 없다는 점이다. 경영진은 서로 자기는 권한이 없다고 말하고, 이재곤 이사장은 두문불출하다시피 병원에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병원 측이 제시한 자구계획안은 ▲직원 임금 20% 삭감(이사장 및 행정부원장은 50% 삭감) ▲이사장 개인 사재 출연 ▲이사장 가족이 소유한 건물의 임대료 출연 등으로 확인됐다.
현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그동안 병원 경영 상 실책(失策) 탓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제일병원은 작년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주차동 건물을 완공했고 지난 2013년 중구 퇴계로 8차선대로변에 부지를 매입, 추진해온 신관 건립 공사는 ‘첫삽’도 뜨지 못한 채 현재 공터로 전락해있다.
이에 병원이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병원 안팎에서 잇따른 바 있다.
직원 A씨는 “그동안 공사 과정에서 ‘눈 먼 돈’이 줄줄이 새나갔다는 얘기가 많았다. 현재 신관 건립은 꿈도 못 꿀 상황”이라고 전했다.
노조조합원인 병원 직원 B씨는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 다만, 지난해 메르스(MERS) 사태로 환자 수가 잠시 주춤했던 것 외에는 의료실적 자체가 병원 위기를 부를 만큼 저조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16년 8월 8일 기준 제일병원의 주요 재무 상황> 정보제공_ 나이스신용평가정보
나이스 신용평가정보에 보고된 내역에 따르면, 제일병원의 최근 매출은 △2013년 1184억9997만원 △2014년 1170억1120만원 △2015년 1069억2715만원이다.
최근 3년간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였다. 14억2726만원의 흑자를 남긴 2012년과 달리 2013년 -7억여원, 2014년 -32억여원, 2015년 -92억여원으로 적자세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 병원 측 관계자는 “현재 노사가 병원의 지속 발전을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병원은 차질없이 정상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진과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환자 진료에는 어떠한 피해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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