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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협의회장이 보는 故 백남기씨 사망진단서
"국민들 의료계 불신 초래-사인 정확한 규명 위해 부검 필요"
[ 2016년 10월 05일 11시 25분 ]

“특별위원회 발표에서 교수 결정에 의해 사망진단서가 작성된 것을 확인한 순간, 전공의 대표로서 해당 전공의가 짐을 벗은 것에 대한 ‘자유로움’과 사망진단서에 대한 특위 발표에 ‘참담함’을 동시에 느꼈다.” 

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 논란에 대한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 발표를 두고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기동훈 회장이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4일 기동훈 회장[사진]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해당 전공의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양상이었다. 대전협 차원의 목소리를 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서울대병원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해서 기다렸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위 발표를 놓고 각 병원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부검 필요성은 전공의들마다 시각 차가 존재한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논란 초기에는 비판의 화살이 서울대병원 전공의 A씨를 향하기도 했다.

지난 달 25일 백남기씨가 숨은 거둔 후 전공의(레지던트) A씨는 유족 측에 "진단서를 발급할건데 A씨 본인의 이름으로 나가기는 하지만 사망 원인, 병명 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권한이 없다"고 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대병원 사망진단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후 재조사에 나선 서울대병원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위)는 지난 3일 “사망원인을 '병사'라고 적은 사망진단서가 일반적인 작성 지침과 다르지만 작성 과정에 외압은 없었다. 사망진단서 작성은 의사 고유 권한이라 수정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특위는 “사망진단서는 주치의 백 교수 지시에 따라 담당 전공의가 작성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위 발표는 논란을 해소하지 못했다.

"주치의 철학? 비겁한 변명···의료계 전체적으로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이번 사안에 관한 세부적인 입장을 글로 전했다. 그도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표기하는 게 맞다는 시각이다.


고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상에서 사망원인은 ‘급성신부전’, ‘경막하출혈’, ‘심폐정지’로, 사망종류는 ‘병사’로 기입됐으며 '진료부원장 신찬수 교수, 주치의 백선하 교수와 상의해 사망진단서를 작성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기 회장은 “의료진의 실수로 잘못 쓰여진 사망진단서는 간혹 봤어도 이렇게 일관적인 논리가 없는 사망진단서는 처음 봤다”면서 “사망의 진단은 해당 주치의의 ‘철학’이 아니라 근거를 중심으로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법의학 교과서에 따르면 의사는 사람의 사망을 진단하고 이를 선언해야 할 책무가 있고, 죽음의 의학적 진단에서는 사망 종류, 원인, 시간, 죽음에 따른 의학적 증거 등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 회장은 “고인의 사망진단서 선행 사인으로 기록된 급성 경막하출혈은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과 진단코드가 분리된 다른 진단명”이라며 “의료기록에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로 진단명이 들어가 있다면 선행사인으로 외상성 급성경막하출혈로 써야하며 직접사인은 급성신부전으로 기록돼야한다. 따라서 사망의 분류는 외인사로 표기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위에서도 백선하 교수를 제외한 모두가 외인사라 했지만 사망진단서는 결국 그대로 유지됐다. 주치의 철학이나 특수상황에 대한 진정성 같은 소리는 비겁한 변명”이라며 “이번 사망진단서는 서울대병원 뿐 아니라 의료계 전체에서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일선에서 묵묵히 일하는 의사들은 추후 사망진단서를 발부할 때마다 보호자들의 의심스러운 눈빛을 마주하는 상황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故 백남기씨 사망에 대해 의료계는 철저하게 전문가집단으로서 의학적 판단을 해야 한다”며 “우스꽝스러운 사망진단서 하나로 의도치 않게 정치적인 논란을 야기시켜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 것이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현 상황 부검 필요···故박종철씨도 물고문 사망 부검으로 규명"

부검 필요 여부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부검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의견을 표했다.


기 회장은 “부검을 두고 의사들까지도 찬성, 반대 여부가 그 사람의 정치적 성향이라고 판단되는 현 상황이 매우 불편하다”면서도 “부검을 해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현 상황에서는 부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대병원이 발부한 사망진단서가 병사가 아닌 외인사로 수정되지는 않을 것이고 현재 고 백남기씨의 사망에 대해 국가에 대한 법적 소송이 진행중이고, 부검은 의학적 법적 영역”이라며 “질병에 대한 확진은 조직검사를 통해 하게 되며 사인에 대한 확진은 부검을 통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정서 상 부검이란 행위가 돌아가신 분의 몸에 한 번 더 칼을 대는 부정적인 느낌이 있지만 의학적인 영역에서 부검은 망자의 사인을 명확하게 밝히는데 필요한 행위”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부검시스템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군사독재시절에도 의학적, 객관적 입장을 지켜왔다”며 “故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받다가 사망한 사실을 의학적 판단에 입각한 검안과 부검으로 권력의 압박 앞에서도 당당하게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려 사회적 혼란을 종식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피력했다.


기 회장은 "자신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시관으로 일할 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여러 번 부검에 참여했었다"며 "부검결과는 의학적 소견만 기록될 뿐 다른 외부의 개입이 들어갈 여지는 없다. 부검과정은 모두 녹화될 수 있으며 법원은 영장에서 유족 측 참관인을 입회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이 부검과정을 지켜보고 있으며 문제가 있다면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며 “고 백남기씨의 사고는 개인, 가족, 국가 모두에게 안타까운 사건이며 서울대병원의 잘못된 사망진단서로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허지윤기자 jjyy@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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