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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다른 의사들보다 돈은 조금 적게 벌어요. 하지만 ‘30분 진료’를 하면서 제 자신이 행복한걸요. 환자들이 이런 진료 시스템에 만족하는 건 덤이구요.”
요즘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한 마포구 연남동에는 아주 특별한 동네의원이 있다. 자그마한 이 동네의원은 3분 진료가 당연시되는 국내 병·의원 진료 문화를 송두리째 바꾸는 파괴적 혁신을 시도해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30분 진료다. 초진환자에게는 30분, 재진환자에게는 15분이라는 최소한의 진료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이 동네의원의 원칙이자 약속이다. 병원 이름 역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해 ‘30분 의원’으로 정했다.
삼십육쩜육도씨 의료생활협동조합 30분 의원 정혜진 원장은 “30분 진료를 통해 의사로서 하고 싶은 진료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며 “의사가 진료시간에 행복해야 한다는 작은 꿈이 실현돼야 환자도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환자 없어 시작한 30분 진료, 이제는 완벽 정착"
사실 정 원장이 30분 진료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환자가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 하루에 10명도 안 되는 환자가 오다보니 진료시간을 늘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정 원장은 “환자와 충분한 대화시간을 가져보자는 취지로 진료시간을 늘렸는데 한번은 4시간에 걸쳐 진료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 환자가 늘면서 30분 진료로 고정하게 됐고 현재까지 이를 지켜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턴·레지던트 과정에서 느꼈던 짧은 진료 시간에 대한 아쉬움도 30분 진료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정 원장은 “환자에게 이 말만은 꼭 건넸어야 했는데 진료시간 상의 문제로 하지 못했을 때 가슴 한 켠이 내내 무거웠다. 그때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다면’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경제적 어려움, 진료로 극복하고 앞으로는 돈 많이 벌 것”
개원의로써 9년차를 맞는 정 원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하다. 정 원장은 “선후배들이 “피곤하게 산다”, “전문의를 할 생각은 없냐”, “3분, 5분 진료면 충분하다”며 돌직구를 날리기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너처럼 할 수 있니”, “30분 진료는 재밌니” 등 부러움의 시선도 보낸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 원장 주변에서 이러한 충고나 조언이 나온 이유는 지금의 30분 의원이 동네의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많은 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로 경제적 문제였다.
정 원장은 “의료생협으로 전환하기 직전인 제너럴닥터(개인의원) 시절 망했다는 소문이 나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병원과 같이 운영하던 카페 수익으로 병원을 운영해야 할 정도로 경제적 문제가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30분 진료의 가치가 환자들에게, 나아가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 현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정 원장은 “많이 힘들고 지쳤었지만 그럴수록 진료에만 더 집중했고 그 노력이 결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는 돈을 많이 벌어 30분 의원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아직 은퇴 계획은 전혀 없지만 제가 30분 의원을 그만두더라도 후임 의사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게 일차적 목표”라고 전했다.
정 원장은 올해 중반부터 진료실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주민들과 운동, 가든닝, 요리 등을 하는 것은 물론 ▲동네의원 연구소 ▲병의원 잘 이용하기 ▲건강주권 회복하기 ▲내 주치의 만들기 등을 주제로 한 워크숍도 열며 ‘진짜 동네의원, 동네의사’로 거듭나고자 실천하고 있다.
정 원장은 “의사가 단순히 진료만 보기보다 환자와 지역주민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며 “이제는 의사도, 환자도 변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하며 이에 맞춰 정부도 든든한 토양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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