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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은 2세 남아가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했다. 비판의 화살은 권역외상센터를 향했다. 외상사망률을 낮춰보겠다는 목표로 보건복지부가 200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부은 사업이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복지부는 환자 치료를 거부했다고 알려진 병원들의 권역외상센터 지정 취소를 언급했다. 그러나 계획됐던 17개소 선정도 미처 끝나지 못한 상태에서 시기상조라는 반론에 고심하는 중이다.
지난 2010년경 외상센터 구축을 계획하던 복지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김윤 교수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김 교수는 “외상환자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외상진료체계 구성 요소들의 효과적이고 유기적인 구성이 필수”라며 “현장 조기처치 및 이송, 병원단계의 적절한 외상처치, 그리고 재활 및 복귀로 이어지는 부분들이 포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그의 얘기를 들어봤다.
Q. 복지부에서 외상센터 축소 방안을 내놨는데
현존하는 센터 숫자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초기 권역외상센터 예산은 6000억원대였는데 기획재정부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견해를 내놨고 사업계획이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예산이 줄고 처음 예정했던 갯수보다 센터를 늘리는 방향으로 계획이 바뀌어 지금 형태에 이르게 된 셈이다.
그러나 센터 수의 많고 적음이 외상센터 시스템에서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본래 기획대로 규모를 줄여서 각 센터를 집중적으로 육성했다면 센터마다 인력 규모가 컸을 것이고 그렇다면 환자를 수용할 수 있었을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이다. 큰 센터 대신 작은 외상센터가 분산돼 있다고 해서 문제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Q. 인력 등 인프라 부족 관점에서 봐야 하나
인건비 혹은 수가가 부족했을 것 같지는 않다. 현재 응급의료비에서 의사 인건비를 기관 당 40억 가량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외상수가 또한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따라서 이 둘을 합치면 운영에 필요한 지원비가 턱없이 낮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직관적으로 봤을 때 큰 손해를 보는 수준도 아니다.
인력난에 대한 문제 제기에는 동의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에 의사가 없나. 기준인력 만큼 사람을 뽑으면 정부가 지원을 해 주고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한지 병원이나 정부가 자료를 내 놔야 할 텐데 정확한 수치가 없으니 파악이 어렵다.
Q. 환자가 적어 운영이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거꾸로 권역외상센터가 환자를 적극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했던 것은 아닌가. 현재 외상센터는 전체 중증환자의 30%정도만 받고 있다. 그렇다면 구급대가 센터를 인지하고 환자를 보낼 수 있도록 외상센터 측에서 힘을 기울여야 했다.
권역외상센터가 지정된 곳은 지역 거점병원인 셈이다. 개별 병의원이 감당하지 못하는 환자를 돌보고 각 의료기관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환자가 오지 않아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센터 스스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Q. 그렇다면 외상센터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는 무엇인가
하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러 문제가 맞물려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 현재의 권역외상센터가 스스로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진료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없다.
권역외상센터의 핵심은 외상팀이다. 중증환자는 다발성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 사망하게 된 아이도 발목과 골반골 골절이 있었다. 따라서 여러 과가 동시에 개입해야 한다. 5명의 전문의가 한 팀으로 구성되고 각 센터마다 4~5개의 팀이 존재하는 것이 규정이다. 이들이 당직을 서며 전담인력으로 기능한다.
환자를 거부한 병원들 가운데 진행 중인 수술을 이유로 든 곳이 있었다. 평소보다 많은 환자가 왔다고 가정하자. 그렇다 해도 병원에서 다른 외상팀을 호출해 책임지고 진료를 해야 맞다고 본다. 관습대로 보던 숫자만큼만 환자를 치료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내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통상적으로 진료하는 능력 범위를 넘어서면 환자를 너무 쉽게 다른 곳으로 보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본래 외상환자는 1시간 이내에 해결을 해야 한다. 이 범위를 넘어서면 안 된다. 센터에서 중증환자를 받았을 때 다른 곳으로 보내면 생존율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환자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원을 시킨 거라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국내 의료기관 전원율이 20%가 넘고 있다. 최종 진료기관이라고 일컫기 어려운 수치다.
Q. 보강돼야 할 측면을 짚는다면
중증환자 수요가 얼마나 되는지,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전국적으로 몇 개의 센터가 필요한지, 이에 따른 인력과 시설장비 보유를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많은 부분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전원에 관한 지침이 정비돼야 할 것 같다. 미국에는 ‘반덤핑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면 환자를 전원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이다. 환자 이송을 ‘덤핑’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그만큼 전원에 신중하다. 치료가 늦어지면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권역외상센터도 이런 인식에서 출발했다. 병원이 환자를 책임지고 돌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전원율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전담인력을 외래환자 진료에 사용하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도움이 필요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