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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뭐 대수롭다고요. 그냥 내가 가야 할 길을 가고 있을 뿐입니다.”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최근 들어 의사들을 향한 비판과 비난, 게다가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 사고들로 허탈해 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 갈수록 척박해지는 의료환경 속에서 예전에 비하면 의사와 환자가 신뢰관계도 속절없이 무너져 버렸다.
의사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어떻게 하냐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래도 희망은 존재한다. 몸이 부서지지 않는 한 환자 곁에서 그들을 보살피고 싶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 외과의사이자 여수전남병원 정종길 원장이다.
"낙후된 의료환경이지만 100점짜리 의사 돼야"
전라남도 여수전남병원은 1983년 11월 19일 낙후된 의료환경을 개선하고 지역민에게 보다 향상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소외된 계층에 진정한 의술을 선보이기 위해서다.
여수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합병원으로 1985년 10월 인턴 수련 병원으로 지정됐으며 1988년 7월 종합병원 인가를 받았다. 1992년 11월에는 수련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지역 내 종합병원의 면모를 갖추며 지금까지 공고한 자리를 지켜왔다.
내과, 일반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정신과, 가정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통증의학과, 비뇨기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마취과, 진단방사선과, 해부병리과, 치과 등을 갖추고 지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복강경수술, 갑상선, 하지정맥류, 인공관절, 디스크, 공황장애, 불면증 등의 특수클리닉과 종합검진센터와 응급실도 운영하면서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 이렇듯 외적, 질적으로도 성장한 여수전남병원. 그럼에도 정종길 원장은 “의사는 신이 아니다. 하지만 100점짜리 의사가 되기 위한 노력은 절대 게을리 해선 안 된다”는 철학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제자들에게 당부하기를 외과시험은 반드시 100점을 맞아야 한다고. 정 원장은 “실력이 70점이라도 환자를 위해 100점짜리 의사가 되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한다. 고작 10점을 향상시켜 80점 짜리 의사가 된다고 했을 때 나머지 20%의 오진 가능성은 누구의 책임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의사는 모름지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다. 정 원장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도 안 되겠지만 설령 100점짜리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의 각오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라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우리나라에 서양의학이 도입되고 13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 의학의 학문적 수준이나 의료기술적 측면에서의 발전과 위상은 가히 세계 일류 대열에 들어섰다.
무엇보다 국민의 의료 만족도 역시 최상위라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처럼 자랑스러운 의학 수준에 비해 정작 의료의 주체인 의사들은 전혀 행복하지 못 하다. 여기에는 갈수록 악화돼 가는 환자와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멀어져만 간다.
하지만 초조해하거나 불안해하는 마음보다는 꾸준히 노력하고 한결같은 자세로 임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항상 발전된 미래를 그리며 힘을 쏟았기 때문이다.
“초지일관 한걸음도 쉬지 않고 내 길을 걸어왔지만 한 순간도 후회를 한 적은 없다”고 말하는 정종길 원장. 그 동안 수많은 환자들과 동고동락했지만 연신 환자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몸을 낮췄다.
정 원장은 “100점 짜리가 어디 있겠냐. 항상 발자취를 되돌아보면서 그래도 완벽 추구를 목표로 매일 살아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간혹 늦은 시간에 병동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시간에 관계없이 환자라면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본분이고 이 세상 의사들이라면 다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대형병원行 환자 발길 옮기도록 노력”
환자들에게 마음으로만 다가간 것은 아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각도로 접근했다. 먼저, 이
병원이 복강경 수술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91년이다. 이내 갑상선 수술도 이뤄졌다.
정 원장은 “물론, 암 진단이 내려진 후 서울 지역 대학병원으로 가는 환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위암, 대장암 수술을 받으려고 하는 환자들도 꾸준히 존재했다. 항암치료도 하고 무엇보다 환자와 신뢰감이 쌓여진 의사와 함께 하다 보니 비교적 예후도 좋았다”고 말했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정 원장은 “외과는 말로 수술하는 것이 아니다. 외과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판단이다. 판단의 연속이라는 의미다. 시종일관 현명하게, 신속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에 걸맞게 손이 움직여야 하
고 삼위일체의 작품은 비로소 그때 만들어 진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후배들에게도 당부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정 원장은 “수련 당시 외과 교과서에 ‘Surgery is art’라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뇌리에 남아 있다. 교과서 판이 바뀌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후학들한테 시금석이 될 명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비단 진료에만 매진해 온 것은 아니다. 여수전남병원은 저소득층에게 의료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불우이웃돕기 및 의료봉사 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명민장학회를 설립해 장학사업도 실시하고 있다.
젊은 의사 못지않게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정 원장의 표정엔 지친 기색이 하나 없다. 끈질기게 제 길을 가는 고집, 그 ‘인간적 감탄’이 담겨 있어서다.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이를 넘어섰을 때 느끼는 성취감과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들만이 안다. 노장이라는 말을 행여 깜빡깜빡 잊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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