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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사 수' 진실게임 공방
"최하위 수준으로 인원 늘려야" vs "불균등한 의료진 분포 등 체계 개편해야"
[ 2016년 10월 23일 20시 32분 ]

반쯤 찬 물잔을 보고서 '반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반이나’ 남았다고 표현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저마다 관점에 맞춰 다르게 해석된다. 국내 의사 수 문제도 평행선상에 있다.

국내 보건의료계 내부에서는 의사 수를 놓고 "과잉이다"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부족하다"고 설명하는 쪽도 공존한다. 그간 꾸준히 제기돼 온 의사 수 논란은 팽팽히 맞선 논쟁 속에서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 의사 수를 바라보는 시선 차이를 조명해봤다.

국내 인구대비 의사 수 2.2명 불과 의대 증원 ‘불가피’

‘OECD 건강통계 2016’에 따르면 한의사를 포함한 국내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 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오스트리아로 인구 1000명당 5.1명을 기록했으며 우리나라는 멕시코(2.2명), 폴란드(2.3명), 일본(2.4명)과 함께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2.5명 미만인 나라로 꼽혔다.


이러한 통계를 기반으로 일각에서는 국내 인구대비 의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연세대 의과대학 박은철 교수(예방의학과)는 “OECD 집계로만 보나 졸업생수로 보나 국내 의사 수는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면서도 젊은 의사 수의 비율은 높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OECD 국가 중 45세 이하 의사 수 비중이 다른 나라는 40%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0%에 달한다”며 “두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전했다.

 

그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도 한꺼번에 하는 것이 아닌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을 주장했다.

 

박 교수는 “국내 의과대학은 41개로 인구 대비 많은 상황”이라며 “의과대학을 늘릴 필요는 없고 의사 증원을 한다면 기존 의과대학에 충원하는 개념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의사 수가 적은 데도 불구하고 의료 질이 높은 이유는 의사의 높은 근무 강도 때문”이라고 첨언했다.

 

꾸준히 ‘의사 증원론’에 맞서는 입장을 견지했던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도 국내 인구 대비 의사 수 ‘부족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표명했다.

 

정 교수는 “의사들의 밥그릇 파이가 줄어드니 증원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의사를 제외하면 인구 대비 의사 수는 1.7에서 1.8까지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26개 진료과목 중 결핵과(0%), 비뇨기과(37.8%), 흉부외과(51.1%)의 낮은 전공의 확보율은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따.

 

정 교수는 기피 진료과 의사 수 부족 문제와 관련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내 의사 수가 충분히 공급되면 기피과 부족 인원도 알아서 조절이 된다”며 “전체적으로 의사 수를 늘리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역설했다.

 

인구 대비 의사 수 문제를 ‘수요와 공급’ 원리로 풀이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계 인사는 “의사 수의 많고 적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다”라며 “의사 면허에 제한을 둘 정당한 근거가 없고 의대 입학정원을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의과대학 입학 지원자가 많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희소하다는 것”이라며 “국내 의사 수는 부족하다”고 못박았다.

 

국내 인구대비 의사 수에 대한 논란을 취업률과 연관 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의사면허 소지자의 취업률은 99%에 달한다”며 “의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 없는 현상은 의사면허의 희소성을 보여주며 동시에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공급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의사 수 ‘과잉’은 현재진행형
 

하지만 의료계 전반적으로는 의사 수치가 현재 포화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A 교수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와 같이 단순통계만 보면 마치 국내 의사 수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모자란다는 오해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뇌관은 의료진의 불균등한 분포와 그 배경에 있는 의료수가체계 및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크다”고 피력했다.

 

그간 환자들 사이에서는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라는 말이 퍼지며 오랜 시간 기다려도 짧은 시간 한정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진료 환경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진료 환경을 토대로 의사 수 증원에 힘을 싣는 논리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A 교수는 이와 관련, “진료실에서 1~3분 진료가 일어나는 배경에는 의사 수 문제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의료수가가 개선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되는 한 환자 한 명당 20~30분씩 진료를 보고자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매번 정치인들이 근본적인 이유는 배제한 채 정략적으로만 접근하는데 결국 의사 수 문제는 전문가 양성에 관한 것이고 전문가 집단이 권한을 갖고 결정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인구 대비 의사 수를 OECD 통계 자료로 판단할 것이 아닌 의사 수 증가속도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응급의학과 B 교수는 “국내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논리는 의과대학을 설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편협된 논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인구대비 의사 수와 더불어 국내 의료진 수 증가 속도도 살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의사 수 증가 속도가 매우 빨라 몇 년후에는 부족하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향후 10년간 의사인력 공급의 적정수준’ 연구 보고서를 바탕으로 경희대 김양균 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 수가 빠르면 2023년 늦어도 2026년까지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공의료기관 근무 의료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공공의료기관 C 교수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수가 문제를 점검하지 않고 의사 수를 논의하면 안 된다”고 단언했다.

 

그는 “전공의가 없어도 진료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으며 수가만 제대로 주면 100세 시대인 지금 70세까지도 정상적 진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의사 수가 과잉임에도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 진료 능력은 세계 최고”라며 “수가 문제가 전제돼지 않은 의사 수 논쟁으로 후배들에게 고통을 분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무조건적인 의사 증원이 아니라 배출된 의료인력이 적재적소에서 잘 활동하고 있는 지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형외과 D 교수는 “의료기관 및 전문의는 단위 면적당 제일 많은데 대다수는 비정상적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며 “지금은 적정인력을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형외과의 경우 전문의 대부분이 돈벌이가 되는 물리치료와 통증치료, 도수치료, 미용성형수술 등 비정상적 의료행위에만 매달리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그는 “이 같은 현상은 보건의료정책과 의료보험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며 “국민 건강을 민간자본에 80% 이상 맡기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윤영채기자 ycyun95@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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