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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1]의학과 한의학, 치의학을 구분하고 있는 이원적 의료체계에 적지 않은 혼란이 벌어졌다.
최근 대법원이 ‘시대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법 해석’을 명분으로 잇따라 보톡스와 프락셀 레이저를 치과의사 면허 범위에 포함시키면서 직역 간 진료영역에 혼동을 더하고 있다.
또한 서울고등법원도 한의사가 뇌파계를 이용해 파킨슨병 및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한의사들의 현대의료기기 사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재판부 판결 요지와 취지는 타직종의 의료인이라도 교육과정에서 해당 분야를 배우고, 위해도가 크지 않다면 편익 제고 차원에서 소비자 선택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에서는 의료법에 정의된 각각의 의료행위가 불명확하다며 법원에 명확성을 요구하면서 이번과 같은 당혹스런 결과가 나왔지만 연이은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법적 불명확성을 더 크게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이 두번 판결 모두에서 개별 사안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치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이 전면 허용된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일선에서는 이미 이를 전면 허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전문가‘면허’ 영역이 시시각각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법원, 보톡스 이어 프락셀 레이저도 허용
2016년 7월 21일 대법원은 눈가, 미간 안면부에 미용목적 보톡스 시술을 행하고, 이미 1심, 2심에서 의료법 위반 유죄판결을 받은 치과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원심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지난 8월 29일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이기택)는 얼굴에 프락셀 레이저 시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치과의사 이 모씨의 상고심 판결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치과의사의 안면부 피부 레이저시술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치과의사 면허 범위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판결은 안면부 레이저 시술이라는 개별 사안에 대한 것으로, 이를 기초로 치과의사의 안면부 시술이 전면 허용된다고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씨는 지난 2009년부터 2015년 1월까지 환자들에게 프락셀 레이저로 주름 및 피부 잡티 제거 등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돼 벌금 100만원 형을 선고받자 이 씨는 항소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 냈다.
2심 재판부는 “치과대학 또는 치의학대학원은 학생들에게 구강악안면외과, 치과보철과, 치과보존과, 구강내과 등에 관해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고 있고, 국가가 치과의사 면허시험 과정에서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구강악안면외과에서의 구강악안면은 구강 및 턱뿐만 아니라 안면부 전체를 포함하는 의미이고, 그 교과서에 안면피부성형술, 레이저 성형술, 필러 및 보톡스 시술 등 얼굴 부위에 대한 모든 형태의 미용성형술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이 이와 같은 무죄 판결한 원심을 확정함에 따라 치과의사는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 레이저도 합법적으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대법원이 오히려 법에 근거한 규범적 판결을 하지 않고 정치적·정책적으로 판단해, 의료면허의 경계를 사법적극주의로 허물어 버렸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 법원, 한의사 뇌파계(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는 지난 8월 26일 한의사 이 모씨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자격 정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씨는 2010년 9월~12월까지 약 3개월 동안 파킨슨병 및 치매 진단에 뇌파계(모델명 : NEURONIVS-32 plus)를 사용했다.
이에 복지부는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해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심의를 받지 않은 의료광고를 게재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씨에게 3개월의 자격정지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이씨는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다”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한의사가 의사와 동일한 뇌파계 관련 교육을 받는다고 볼 수 없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복지부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은 원심을 완전히 뒤집어 “한의사도 뇌파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뇌파계는 환자의 두피에 두 개 이상의 전극을 부착한 후 증폭기를 통해 뇌파를 증폭한 후, 컴퓨터로 데이터 처리한 뇌의 전기적 활동 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다. 자동으로 측정 결과가 제공된다.
재판부는 “한의학에서는 뇌의 퇴행성 변화가 오장육부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신체 표면을 만져서 진단한다”며 “배를 만지거나, 맥을 짚어 파킨슨병 등을 진단할 때 뇌파계를 보조적으로 사용한 것은 절진의 현대화된 방법 또는 기기를 이용한 망진(望診)이나 문진(問診)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기술의 계속적 발전과 함께 의료행위 수단으로서 의료기기 사용 역시 보편화되는 추세에서 한의학 범위 내에 있는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 의사·치과의사·한의사 진료영역 어디까지
이처럼 의사와 치과의사, 한의사 간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논쟁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명확한 법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 제27조 1항과 87조 1항은 ‘의료인은 면허외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번 판례에 의존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각 직역 간 의료행위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볼 수 있을까?
직업사전에 따르면 의사는 국내 의과대학(또는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허를 받아 법적자격을 획득한 자로 의료와 보건지도를 주요 업무로 한다.
의사는 인간의 질병, 장애, 상해를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진찰과 의학적 검사를 시행하고 이를 종합해 치료 범위와 방향을 정하고, 환자와 개별적 논의를 통해 구체적 내용을 결정한다.
또한 환자가 원하는 수준의 건강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의학적 상담을 제공한다.
치과의사는 치과대학 및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치과의사 국가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자로 치과의료와 구강보건지도를 주요 업무로 한다.
악면학(아래턱, 위턱, 얼굴)을 포함해 구강 및 치아의 질병이나 손상을 예방·치료하며, 결손부위를 회복하기 위해 외과적 처치를 하는 의료 업무를 수행한다.
때문에 치과의사 시험도 구강악안면 구조와 발생, 성장, 기능 및 대사, 병력청취 및 진찰, 구강악안면 부위의 영상, 기능, 병리검사, 구강악면질환, 형태이상의 진단과 치료, 치과 생체재료의 이해, 공중구강보건과 구강질환 예방과 교육 등 구강과 관련된 학문을 테스트한다.
한의사 역시 국내 한의과대학 또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자로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를 주요 업무로 한다.
한의사는 인간의 질병, 장애, 상해를 한방적인 방법으로 진단· 치료·처방하고 환자가 원하는 수준의 건강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한의학적 상담을 제공한다.
이에 의료계는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의료영역이 침범당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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