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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 같은 중환자실 입원 경험 끔찍했다는 대학교수"
홍준화 교수(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특별기고
[ 2016년 11월 20일 20시 49분 ]
정부가 연일 표면적으로는 의료비 절감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정책들을 쏟아 내며 의사들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저렴한 의료비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물론 그 보다 좋은 의료 제도는 없으리라.
그러나, 소위 정부라 불리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몇 명의 공무원들이 꼭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돈을 쓸 곳에는 꼭 써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대한민국 흉부외과 의사이다. 경제적 이득을 내 인생에 우선 순위로 두었다면 흉부외과 의사가 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평생을 바쳐 노력한 흉부외과 의사로서 내가 한 일에 대한 정당한 경제적 대가를 받기를 바란다는 점은 다른 대한민국의 국민들과 다를 바 없다. 마찬가지로, 국민들 역시 자신이 지급한 경제적 재원만큼의 의료서비스를 받기를 원할 것이다.
"대한민국 중증환자는 과연 지금보다 나은 환경에서 치료받을 수 없을까"
나는 수술실과 중환자실에서 내 일과의 대부분과 심지어는 타인들에게는 일과 이후가 될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우리나라 중환자실 현실은 마치 극빈국의 중환자실을 연상케 한다. 내가 심장수술했던 꽤 점잖으신 환자분의 경험을 기초로 우리나라 중환자실의 현실과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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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62세 남자입니다. 대학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가끔 숨이 차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이 있다가 작년에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이 생겨 응급실에 갔습니다. 급성심근경색이라는 진단을 받기 까지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심장혈관촬영을 했고 중환자실에 가게 되었습니다. 거기서부터 다시는 생각하기도 싫은 제 경험들이 시작됩니다.
중환자라면 마땅히 조용한 환경에서 잘 자고, 영양공급 잘 받고 치료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있던 중환자실은 24시간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사방에서 환자들의 모니터 알람이 삑삑 울리고, 거기에 아랑곳없이 의료진들이 소리치며 뛰어 다니는 그야 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제가 중환자실에 들어간 날 밤 저는 제 오른쪽과 앞쪽에 있던 두 환자가 심폐소생술을 한 뒤 사망해서 하얀 포에 싸여 실려 나가는 광경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습니다. 보호자들이 들어 와서는 대성통곡을 하고, 일부는 간호사와 의사에게 욕설을 퍼 부으며 흥분하는 소리가 견디기 힘들게 들려 왔습니다.
그 중 한 환자는 1시간 가량의 심폐소생술 도중 끝내 입에 들어 있는 인공호흡기로 피가 넘쳐 나왔습니다. 이를 목격하고는 ‘나도 저렇게 되는 건가?’ 하는 불안감에 당장이라도 아내를 불러 퇴원하고 싶은 생각뿐 이었습니다.
다음 날은 제 옆자리 아주머니가 변을 보고 싶다고 하니 간호사가 ‘침대에서 보시면 치워드리겠다’고 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다른 환자의 체위를 바꿔주러 갔습니다. 곧 코를 찌르는 냄새가 났고 아주머니와 우연히 눈이 마주쳤을 때 저는 시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저는 그 뒤로 변을 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수술 후 변비로 한참을 고생한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일 겁니다.
"수술은 두렵지 않았는데 중환실은 너무 두려웠다"
벌거벗겨 고함치는 환자, 죽어 나가는 환자, 침대에서 변을 보는 환자, 무의식적으로 침대 난간을 거세게 두드리는 환자와 함께 꼬박 뜬 눈으로 이틀을 지낸 후 나머지 하루는 기억이 안 납니다. 하루 두 번 허용되는 면회 시간에만 들어올 수 있었던 아내에게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마지막 하루는 저 또한 소리를 지르고 난간을 두드렸다고 합니다.
다행히 병실로 가서 정신이 들었을 때, 수술을 해야 하고 다시 중환자실에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저는 차라리 죽겠다고 했습니다. 수술은 두렵지 않았지만, 중환자실은 두려웠습니다.
기본적인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인간성 말살의 중환자실에 다시는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수술 후에는 단 하루 밤 만을 중환자실에서 보냈고 지금은 건강하게 살고 있지만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제 인생에서 정말 잊고 싶은 기억 중에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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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재 대다수 병원들은 최소한의 투자로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중환자실 환경 개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경영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나는 우리나라 의료 제도에서도 적어도 중증환자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치료 받고 퇴원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믿는다. 소위 정부라 불리는 책상 앞의 몇 명이 돈을 아끼는 데만 머리를 쓰지 말고 돈을 잘 쓰는데도 머리를 써 주길 바란다.
오늘도 지옥 같은 중환자실에서 돈도 못 버는 사람들 취급을 받으며 끼니도 거르고 일하는 동료 의사 및 간호사들과 침대에서 똥싸는 환경을 잘 견디고 퇴원해 주는 내 환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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