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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얄궂은 상황이다. 극심한 대립관계인 직역을 아우르는 행정가. 어제까지 의사를 담당했지만 오늘은 상대 직역인 한의사를 맡았다. 더욱이 예전 주무과장이 아닌 국장의 위치에서 한의약 정책을 총괄하는 상황을 맞았다. 안팎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보건의료정책과장에서 한의약정책관으로 영전한 이형훈 국장은 직역 간 갈등을 떠나 “오롯이 환자를 위한 의료에 방점을 두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인사 후 일주일 남짓. 전문기자협의회는 아직 업무파악에 몰두하고 있는 이형훈 한의약정책관을 23일 세종청사에서 만났다.
양‧한방→의과‧한의과, 명칭 사용
그동안 의사들의 지근거리에서 한의사와의 대립을 지켜봤던 만큼 이형훈 국장은 가장 먼저 직역 갈등 문제를 언급했다. 두 직역의 반목은 국민의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였다.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서로에 대해 비방하기 보다 국민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최근 개최된 원격의료 시범사업 토론회에서 “모든 의료정책은 환자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한 지방의료원 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의사와 한의사의 반목 청산을 당부했다.
이형훈 국장은 “의사와 한의사 모두 환자에게 어떻게 하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작금의 대립이 그 요지에서 벗어나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 상황을 해소함에 있어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놓고 토론과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며 “모든 의술의 중심에는 환자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한의계의 대립에서 빠지지 않는 용어 사용 문제도 짚었다. 흔히 사용되는 ‘양방’과 ‘한방’ 등의 표현이 자칫 갈등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이형훈 국장은 “작은 문제일 수 있지만 두 직역이 용어 사용을 놓고도 지루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며 “향후 이 부분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한방’이라는 표현 대신 ‘의과’, ‘한의과’라는 명칭을 사용, 두 직역 간 거부감을 최소화 시키겠다는 각오다.
의료일원화, 신중론 견지
최근 의료계와 한의계의 유력한 갈등 해소책으로 제시되고 있는 ‘의료일원화’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건의료정책과장 시절 의-정협의체를 통해 ‘의료일원화’ 필요성을 역설했던 모습에서 다소 물러선 입장이다. 의료일원화에 대한 한의계의 민감성을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형훈 국장은 “과거에는 교육과 면허, 임상 등을 총괄하는 추상적 논의로 갈등만 빚었지만 최근 ‘先 교육 後 통합’이라는 아이디어들이 제공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료일원화는 교육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다만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과정, 기존 면허자 교육 인정 범위 등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하다.
그는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해당 직역인 의료계와 한의계는 물론 국민건강과도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사회적 합의도 전제돼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이형훈 국장은 특유의 소통행정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앞서 냉랭했던 정부와 의료계 관계 회복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의-정 협의 역시 그가 발로 뛴 결과물이었다.
이 국장은 “정답은 늘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최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형훈 한의약정책관은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행정고시 38회로 공직에 입문해 보건복지부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쳤다.
2014년 8월부터 2년 넘게 보건의료정책과장을 맡았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의-정 협의와 원격의료 시범사업,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 등을 주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