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자연주의 출산’은 일률적인 분만실 시스템에서 벗어나 산모 개인별 특성에 맞게 출산을 도와주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급여기준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인데다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내야하는 병원이 생기면서 ‘돈벌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의료 개입을 아예 배제하는 방식이라고 왜곡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대부분의 산모가 한번 쯤은 들어봤고 한번 쯤은 고민해보는 자연주의 출산의 실체를 들어봤다.
"자연주의 출산, 완전 새로운 분만법 아닌 산모 편의성 높은 프로그램 가미 특징"
“자연주의 출산을 완전히 새로운 분만방법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자연분만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산모가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이 들어가고 좀 더 편안한 분만을 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지지해 주고, 때로는 조산사의 도움이나 둘라(doula)와 같은 조력자와 함께 하는 것이 특징이다."
17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순천향대학서울병원 산부인과(과장) 최규연 교수[사진]는 “자연주의 출산 ‘붐’이 일어나면서 왜곡된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확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말 문을 열엇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의료행위 개입을 완전히 배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안전한 분만을 위해서는 의료적 판단과 이에 따른 의료행위가 수반돼야 산모가 지향하는 자연주의 출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회음 절개, 관장, 분만실의 제약된 자세, 촉진제 사용 등 산모들이 두려워 하는 모든 의료를 거부하는 것이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굉장히 잘못된 인식이라는 지적이다.
정상적인 분만진통 과정 중 의료 행위 없이 분만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 교수는 “분만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예측 불가능한 여러 상황이 발생한다. 자연주의 출산을 한다고 해도 의료진이 위험요인을 수시로 판단해야 한다. 비정상적인 분만진통 과정을 보이는 경우 즉각적인 판단과 의료적인 개입을 해야 한다. 태아와 산모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연주의 출산이 정답이라거나, 잘못된 행위라던가 하는 극단적 주장들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의 분만 시스템이 필요한 이들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산모와 태아의 경우 산모가 원하는 선택지를 의료진이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산모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로 자연주의 출산이지, 산모가 두려워하는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과, 의료진 역시 진통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분만까지 장시간 동안 그 과정을 함께 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산모들, 온라인 정보 대신 의료진 의견 숙지 더 중요"
“병원이 한남동에 위치해 있다 보니 외국인 산모가 많다. 특히 유럽이나 호주, 캐나다 에서 온 산모들은 조산사나 둘라와 함께 분만을 하는 경우가 많아 6~7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자연주의 출산을 시작했다. 물론 일부만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니다. 공유할 수 있는 문화 형성도 필요하다. 단, 정확한 정보를 통해서 말이다.”
최 교수는 “마치 고급정보를 알고 있는 듯 자연주의 출산을 표방하며 사실과 다른 교육을 진행하는 등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왜곡된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비의료적인 분만 방법이나 출산 환경을 요구하거나 이를 조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분명 개선돼야 하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제도권 내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현재 국내에서 자연주의 출산은 특별한 기준도 없이 각 병원이나 조산원 프로그램에 맞춰 진행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은 물론 분만 시 발생하는 여러 문제에 적극적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분만수가 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연주의 출산을 위해 흘리는 의료진의 땀방울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결국 산모가 선택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범국가차원에서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와 목표를 설정했고 급여 혜택이 많아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산모들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왜곡된 정보를 바로잡고 적정수가 등 의료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