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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암이 성장하려면 암 조직과 연결된 혈관이 필요하다.
암세포는 혈관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 전이되기 때문에, 암 치료를 위해 혈관이 더 생기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항암제가 쓰인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암 혈관을 억제할 경우 종양의 성장은 멈추지만, 환자의 생존율에는 차이가 없고 효과가 일부 고형암(혈액암을 제외한 덩어리로 이뤄진 모든 암. 유방암·갑상선암 등이 대표적임)에만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암 혈관은 정상 혈관과 달리 혈관 주위를 둘러싼 지지세포가 없어 구조와 기능이 불안정하고, 혈관내피세포 사이에 틈이 있어 종양 주위 조직으로 혈액이 새어 나온다.
이는 종양 내 저산소증을 유발함으로써 항암제 전달을 어렵게 하며, 다시 암 혈관 신생을 촉진해 악순환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런 점에 착안, 암 혈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정한 암 혈관을 정상화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법을 제시했다.
IBS(기초과학연구원)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과 KAIST(한국과학기술원) 박진성 연구원은 암 혈관을 일반 혈관처럼 만들면 암의 진행과 전이를 막을 수 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혈관 신생 억제제를 사용하면 종양 내부의 저산소증이 심해지면서 항암제가 내부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암 혈관이 정상화되면 암세포로 충분한 산소가 공급돼 약물 저항성이 줄어들고, 암 진행도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혈관 내피세포 표면에 존재하며, 혈관 분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단백질인 'TIE2 수용체'를 발견, 종양 실험쥐에 TIE2 수용체를 활성화하는 항체를 투여했다.
TIE2 활성 항체가 투여된 쥐는 종양 내 저산소증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혈액이 주변 조직으로 새는 것도 대폭 감소했다.
TIE2 활성 항체가 투여된 쥐에서 혈액 누출이 줄어든 모습(오른쪽)
TIE2 활성 항체가 투여된 쥐에서 혈액 누출이 줄어든 모습(오른쪽)
항암제와 함께 투여할 경우 항암제만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종양의 크기가 40% 줄었고, 평균 생존 기간은 4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TIE2 활성 항체를 투여한 뒤 암의 전이가 줄어든 모습
TIE2 활성 항체를 투여한 뒤 암의 전이가 줄어든 모습
고규영 단장은 "기존 혈관신생 억제제가 저산소증을 일으켜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에 착안해 오히려 암 혈관을 정상화하는 치료법을 개발했다"며 "암세포 자체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암을 둘러싼 미세환경을 조절하는 접근법으로 암 치료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암 연구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캔서 셀'(Cancer Cell) 이날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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