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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갈림길을 가장 많이 봐야하는 숙명을 가진 심장을 전공하는 의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덕우 교수[사진]는 늘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세계적 저널 NEJM·JAMA 논문 게재 등 연구·임상 탁월
세계 심장학계가 주목하는 ‘연구와 임상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의사로 정평이 나있는 박덕우 교수.
그의 실력은 세계 3대 임상저널 중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슨(NEJM)과 자마(JAMA)에 논문이 수차례 실릴 만큼 연구업적이 뛰어나다. NEJM에는 제1저자로 2번, 공동저자로는 4번 논문이 게재됐다.
전 세계 심장학계에서는 급성심근경색이 생긴 관상동맥만 치료하고 이후 나머지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할지, 아니면 다른 혈관도 동시에 치료할 것인지 등에 대해 명확한 치료 기준이 없었다.
박 교수는 지난 2014년 급성심근경색 환자 15만명의 진료 데이터베이스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혈관 한가닥이 막힌 환자의 경우 다른 혈관의 약한 동맥경화도 심각한 위험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규명했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막힌 혈관 이외의 두 가닥 혈관에 동맥경화가 있으면 한달 내 사망률이 4.3%로 그렇지 않은 경우(1.7%)보다 2.5배나 높았다. 1년 이후 장기사망률도 다른 혈관에 동맥경화가 있으면 7%로 그렇지 않은 경우 3%보다 2.3배정도 높게 나타났다.
박 교수가 제1저자로 집필한 이 논문은 전 세계 3대 임상저널 중 하나인 ‘자마(JAMA)’ 2014년 11월호 심장질환을 다루는 특집판에 실렸을 정도로 학계에선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세계 심장학계에 중요한 치료 근거를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아 박 교수는 2012년 미국심장학회(ACC)에서 매년 전 세계 심장학자들 가운데 최근 5년간 임상ㆍ기초ㆍ역학분야를 통틀어 업적이 가장 우수한 1명에게만 수여하는 ‘올해의 탁월한(Distinguished)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하버드의대 마크 사바틴 교수 등 당대 최고 심장내과 의사들이 받은 상으로, 2005년에 신설돼 지금까지 수상한 의사는 10여명 정도다.
한국 나이로 40세에 받아 최연소 기록도 세웠다. 그의 연구력은 국내서도 인정돼 2009년 ‘유한의학상’, 2010년 ‘분쉬의학상 젊은 의학자상’, 2014년 ‘아산의학상 젊은 의학자상’을 잇따라 받았다.
"많은 연구를 통해 전세계 어느 팀과 겨뤄도 뒤지지 않고 싶어"
관상동맥 질환, 즉 협심증 및 심근경색에 관한 약물 치료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엄청난 발전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환자들이 명확한 진단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약 복용을 기피하고 민간요법에 기대려고 한다.
박덕우 교수는 "우주에 로켓이 날아가는 시대에 하늘 보고 굿을 하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며 "의사가 권고하는 대로 근거에 준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며 가장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우선적으로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이 일차 관건이다.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혹은 돌연사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30대 중반부터 검진을 통해 심장질환의 위험인자 확인 및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위험인자가 있으면 건강검진 항목으로 심장관련 검사도 정기적으로 해볼 것을 박 교수는 권했다.
박 교수는 1998년 경희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다. 2003년 내과전문의를 취득했으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전임의로 봉직한 뒤 정교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충분한 내공이 쌓이지 않으면, 주변에 그 어떠한 놀라운 일도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한 번의 요행이나 아주 기막힌 운에 의해서 잠깐의 놀라운 성과나 결과가 생겼더라도 각고의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놀라운 일이 잘 생기지도 않을 뿐더러 그것이 결코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해서 전 세계 어느 팀과 상대를 해도 뒤지지 않은 내공을 갖추고 늦둥이를 둔 가장으로서 더 착실히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여 년 근무했고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해준 서울아산병원에 감사"
어쩌면 시골 출신의 한 소년이 세계적인 의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물론 길고 긴 시간이 걸렸을 지 모른다.
박덕우 교수는 "TV에 나오는 배우들을 보고 감동을 한 적이 있다. 엄청난 연기를 보며 드는 생각이 '그냥' 실력이 갖춰진 것은 아닐 거라는 점이다. 그게 바로 내공"이라고 표현했다. 연기를 하기 위해 걸레질 같은 밑바닥부터 온갖 시행착오를 거쳤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는 "요행으로, 운으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진지하게 임하고 내공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는 빛을 발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어느 순간이 될 때까지는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런 측면에서 박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여년 이라는 시간 동안 이 곳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외부에서 봤을 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겠지만 '공정함'이 먼저였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성실함과 진지함으로 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었다"며 "존경하는 박승정 교수님이 그랬고, 나 역시 제자들에게 똑같은 얘기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기는 본인의 태도에 달려있다"며 "겸손한 자세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의미있는 결실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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