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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수술로 의사없이 조무사 30분 지혈하다 아들 숨져”
제19회 환자샤우팅카페, 동시수술 문제 사례 등 지적
[ 2016년 12월 28일 05시 23분 ]

사각턱 절개 수술 후 봉합을 하는데 2시간이 소요됐다. 6시간 넘게 마취돼 있었던 환자의 혈압은 불안정해져 갔고 수차례의 경련을 일으킨 그는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사망했다.
 

“눈 한 번 마주쳐 보지 못하고 아들을 떠나보낸 것이 죽을 때까지 한(恨)으로 남을 것 같다. 병원에서 조금만 일찍 가족들에게 연락했더라도 이처럼 고통스럽진 않았을 것이다.”
 

27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주최한 ‘제 19회 환자샤우팅카페’서 턱 수술을 받고 49일간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10월 26일 사망한 故 권대희 씨(25) 이야기가 그의 모친 이나금 씨를 통해 공개됐다.
 

평소 턱 수술을 받고 싶어 했던 권대희 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14년 무사고 턱 전문병원’ 이라는 문구를 내세우는 성형외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다. 의료진이 TV에 종종 얼굴을 내비쳤다는 점도 신뢰를 높였다. “안심이 되니 혼자 가겠다”고 친구에게 말한 후 권 씨는 9월 8일 해당 병원에서 아래턱과 사각턱 절개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집도의인 원장 A씨가 주요 과정을 마치면 보조의사 B씨가 세척·봉합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반적으로 30분 정도 소요되는 절개수술이 권씨의 경우 2시간이 넘어야 끝났다. 동시에 세 명을 수술한 탓이다.
 

권 씨 수술이 이뤄지는 동안 또 다른 두 명의 환자도 동시에 수술을 받고 있었다. 권 씨의 모친 이나금 씨는 “CCTV 확인 결과 세척과 봉합을 담당하는 보조의사가 30분 동안 간호조무사에게 아들의 지혈을 맡기고 다른 방들을 오갔다. 당시 마취의사도 ‘다른 환자들과 동시에 수술 받지 않았다면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수술 당시 출혈이 심했던 아들의 상태가 불안정해지자 의료진이 다른 수술방의 환자들을 먼저 처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술방에 간호조무사 한 명만 남은 상태에서 아들은 30분간 방치됐다. 혈압이 80까지 떨어졌지만 혈장증량제인 펜타스판만 투약됐다. 오후 7시30분 회복실로 옮겨져 10시20분이 될 때까지 혈압이 계속 불안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밤 10시20분경 간호실장 연락을 받은 마취의사는 혈액을 준비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대학병원으로 이송된 권씨는 밤 12시34분에 수혈을 받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이때서야 병원 측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성형외과에서는 ‘혈압이 낮아 수혈을 받기 위해 대학병원에 왔다. 문제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다. 안심하고 오라’고 했으나 대학병원 담당 주치의와 첫 상담을 했을 때 ‘의식이 돌아올 확률이 반반이다. 경련을 여러 번 심하게 일으켰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다’고 들었다. 심정지가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후 49일간 뇌사상태로 있던 권 씨는 10월 26일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 씨는 “성형외과 측은 일차적 원인제공은 인정하지만 대학병원의 처치가 잘못돼 환자가 사망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부검 및 경찰 수사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랄 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개 이상 수술방에서 수술 재검토돼야"

이날 참석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소위 동시수술(가칭, Overlapping surgery)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안 대표는 “수술 대기자가 많을 때 여러 수술방을 동시에 열어놓고 집도의는 핵심적 수술만 담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원칙적으로 동시수술은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긴급한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이뤄질 경우에도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동시수술이 불법이라 보기 힘든 상황이지만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 과정에서 누가 어떤 부분을 담당했는지 정리조차 안 돼 있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병원 의료광고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구영신 변호사는 “여전히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광고들이 만연하고 있다”며 “권 씨가 수술받은 병원의 경우 ‘14년 무사고’를 홍보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밝히고 광고하지 않으면 의료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해당 병원은 복지부 장관의 전문병원 지정을 받지 않았음에도 ‘턱 전문병원’이라는 문구를 사용해 병원을 광고하고 있다”며 “수많은 의료기관의 광고를 환자가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제공 차원의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권 씨의 유가족은 해당 성형외과에 대해 형사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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