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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사대주의? 국내용 연구 '찬밥' 신세
SCI 투고여부 획일적 평가기준 부작용 속출···"양적·질적 저하 우려"
[ 2017년 01월 17일 12시 07분 ]

기초의학 분야에서 국내외 학술지 투고 여부는 연구실적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해외 학술지 투고에만 무게를 두고 있어 일각에서는 국내 학술지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풍조는 해외 대학원 중심의 연구대학 육성에 무게를 둔 1990년대 후반 BK21 사업 등에서 SCI 등재 여부가 주된 기준이 되면서부터 형성됐다.

특히 자연과학을 비롯해 의학 분야에서 각 대학들이 SCI 등재 여부를 통해 교수 업적을 평가하면서 심화됐다.

이와 함께 연구중심병원 지정기준 또한 연구인력이 단독, 주저자 또는 교신저자로 참여한 SCI 학술지 수를 포함하고 있다.

서울 A의과대학 교수는 “국내 연구결과를 해외에 알린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한국적 의료환경에서 다룰 필요가 있는 사안을 놓칠 여지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작 한국사회에 필요한 사안은 해외에서는 관심이 없다”며 “학술지 투고가 해외 편집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학술지 투고가 상대적으로 중요해지면서 일각에서는 국내 의료환경에 특화된 사안이 학술지 저술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서울 B의과대학 교수는 “준비하던 논문이 국내 의료환경에 적합해 마무리 단계에서 포기한 경험이 있다”며 “실제로 해외 학술지 투고가 더욱 중요해지면서 그에 맞는 사안만 고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놨다.

교수 평가에 대한 획일적 평가방식도 지적됐다.

서울 C간호대학 교수는 "국내 획일적인 교수 실적 평가기준이 가장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학술지 3편을 써야 SCI급 학술지 한 편으로 인정되는 등 교수 실적 평가를 비롯, 대학평가까지 SCI(과학인용색인, Science Citation Index) 학술지 투고에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다”며 “실제 SCI는 미국 민간 출판사 리스트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유독 다른 나라에 비해 이러한 경향이 심한 것 같다”며 “대학들이 너무 해외 학술지 투고에만 혈안이 되게 만든 획일적 평가기준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국내 학술지가 양적으로 고사 위기에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질적인 측면에서 의학용어를 번역하는 인프라 구축의 시급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방 D 의과대학 교수는 “우리나라가 등한시 하는 것 중 하나가 번역”이라며 “의학용어 등 후세에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정확한 번역이 필수적인데 국내에서는 교수 평가 시 번역 능력은 인정해 주지도 않는다”고 토로했다.
 

저조한 국내 학술지 투고 현황은 실제 학내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학내에서 논문 심사를 담당하는 한 교수는 “12월 30일이 국내 논문 마감일인데 게재율이 저조해 심사가 다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게재가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인센티브 격차 등 현재 분위기를 토대로 고려해보면 나 같아도 국내보다는 해외에 투고할 것 같다”며 “국내 논문의 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임상적으로 국내에 투고해야 하는 논문도 꽤 있다”고 말했다.
 
SCI 등재 여부가 대학 내 승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SCI 등재 여부가 연구비뿐만 아니라 학내 승진과도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직급 정년이라고 해서 몇 년 내 SCI급 논문 수를 맞추지 못하면 승진 대상에서 누락돼 최후에는 학교를 떠나야 한다”며 “앞으로는 이러한 경향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영채기자 ycyun95@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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