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에게 점점 잊혀져 가는 ‘한센병 ’. 한 때 사회적 편견으로 인권유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 질병이 언제부터인가 기억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
하지만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하게 한센병과 치열한 전쟁을 치르는 곳이 있다. 신규환자 진단은 물론 등록환자 지원에 이르기까지 한센병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도맡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한센복지협회. 1948년 대한나예방협회로 출범한 이후 국내 한센병 예방과 퇴치에 몰두해 온 기구다.
협회의 고단한 노력에 힘입어 국내 한센병 발병률은 소수점 미만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발병률이라는 단어 자체가 무의미한 수치다.
그럼에도 이 기구의 업무는 불철주야(不撤晝夜)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국내 한센사업대상자는 1만명이 넘는다. 이들의 건강을 관리하고 생활까지 지원하려면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
사회적 편견으로 일반 병의원 이용이 어려운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이동진료를 시행하고, 오롯이 한센인 만을 위한 치료시설에서 입원진료까지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로 이어지는 한센병의 특징을 감안, 정형·성형·안과·치과영역 재활수술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장애 기능회복을 위한 각종 보장구를 제작, 지원하기도 한다.
이렇게 중차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최근 근심이 부쩍 늘었다. 가장 큰 걱정은 한센병 환자들을 돌봐 줄 의사 구하기다.
사실 한센복지협회는 그 동안 농어촌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공중보건의사를 지원 받았지만 최근 공보의 기근현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2014년 11명이던 공보의 수는 2015년 7명, 2016년 1명으로 급감했고, 이 마저도 올해는 단 한 명의 공보의를 받지 못하게 됐다.
의사인력 공백 최소화를 위해 협회 자체적으로 채용에 나섰지만 접수창구는 수 개월 째 지원자가 없는 실정이다. 낮은 보수와 의사들의 한센병 기피가 낳은 결과다.
공보의가 수행하던 진료업무를 계약직 의사가 담당함에 따라 인건비 급상승 요인이 발생했고, 이는 한센인 복지재원 감소에 따른 불만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한센병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74세에 달할 정도로 고령화 돼 있는 만큼 의료비 등 지원 확대가 절실하지만 재정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결국 협회는 고심 끝에 환자 지원을 지속시키기 위해 자생력을 강화키로 했다. 그 일환으로 모색 중인 사업이 바로 자체 연구소를 통한 진단키트 개발이다.
잠복 나균 감염자를 보다 효율적으로 발견, 국내 한센병 확산을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판단이다.
국내는 연간 5명 정도의 한센병 신규환자가 발생하는 상황. 이 중 2~3명이 외국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진단키트를 통해 사전검사를 실시하면 보다 효율적인 한센병 예방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한국한센복지협회 김주덕 회장은 “한센병 환자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관리가 필요한 환자는 여전히 많다”며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지원과 복지를 위해서는 협회의 재정 건정성 확보가 필요하다”며 “진단키트 개발 등 경쟁력 있는 신규사업을 발굴,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