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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 재사용 병원장 배상금 폭탄 '7억5216만원'
1·2심 “간호조무사 ‘불법 의료행위’ 방치, 집단감염 발생 책임”
[ 2017년 01월 31일 11시 40분 ]

간호조무사가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해 환자들에게 화농성 관절염, 결핵균 등을 집단 감염시키는 것을 방치한 의사에게 수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됐다.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재판장 부장판사 성기문)는 A씨 등 19명이 서울 영등포구 소재 I의원 원장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이씨에게 “최소 1221만원에서 1억8600만원 씩 7억5216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산부인과 전문의 이씨는 지난 2009년부터 간호조무사 조모씨와 함께 서울 영등포구 소재 I의원을 운영했다. 관절 통증 치료나 추나요법 등은 간무사 조씨가 전담했다.


조씨는 의사가 아닌데도 어깨, 무릎 통증 환자를 문진하고 엑스레이 필름을 직접 판독했다. 통증 부위에 트리암주, 하이알주, 힐로니드주, 피록시캄주, 콘락스주 등 주사제를 투여했다.


하지만 무면허 의료행위보다도 더 큰 문제는 주사기를 재사용 했다는 것이다. 2012년 4월~9월 주사를 맞은 총 243명 환자들 중 61명이 비정형 마이코박테리아 감염, 결핵균 감염, 화농성 관절염, 농양, 염증성 관절염 등에 집단 감염됐다.


이씨는 조씨가 불법 진료한 환자들을 직접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를 부당 청구했다. 또한 프로포폴을 취급하면서 관련 기록을 제대로 작성하지도 않았다.


합동수사단이 꾸려져 수사가 시작되자 조씨는 자살을 했다. 수사 결과 I의원 위상상태는 엉망이었다. 주사제를 조제한 탕비실 냉장고에는 쓰다 남은 트리암주 주사제가 음료수와 함께 보관돼 있었다. 남은 트리암주는 며칠 보관하다 다른 환자 주사 조제에 재사용까지 했다.


또한 조씨는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주사제를 투여했다. 주사 부위를 소독하지도 않았고, 같은 주사기로 여러 부위에 주사제를 수차례 투여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진료기록부 허위 작성 등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집단 감염을 일으킨 혐의(업무상과실치상)는 무죄로 판단됐다. 이씨가 직접 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법원은 의사 이씨의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미 개봉 상태의 주사기와 주사제 샘플 검사에서는 어떠한 균도 검출되지 않았으므로 조씨가 주사제를 투여하는 과정에서 병원균이 침투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심지어 동일한 주사기를 여러 부위에 재사용한 흔적도 보여 외부 환경에 존재하던 병원균이 주사침과 함께 환자 피부로 주입됐을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이씨는 “환자들이 다른 정형외과나 한의원에서 진료와 시술을 받다가 감염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씨의 의료과실과 집단감염 간 인과관계 추정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다만 같은 주사를 맞은 243명 중 61명에게서만 집단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볼 때 환자들의 체질적인 문제가 감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씨 배상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김성미기자 ksm6740@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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