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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개인 자산을 대신 관리·운용해서 수익을 배분하는 신탁업 제도의 전면 개편에 착수, 이르면 올 하반기 의료법인의 신탁업 운영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계획을 발표하며 “신탁이 유연성·자율성을 회복해 종합 재산관리 서비스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신탁업법을 제정하는 등 규율체계 전반을 개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탁자의 재산을 수탁자가 운용할 수 있는 재산관리기구인 신탁은 해외에서는 기업 자산관리 뿐만 아니라 노후재산관리나 사망보험금 관리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신탁업이 금융투자업을 다루는 자본시장법으로 규율돼 주로 은행과 증권사에서 금전재산을 운용하는데 그칠 뿐 종합재산관리 서비스로서의 역할이 미약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탁업을 운영할 수 있는 사업주체를 의료법인 및 법무법인 등으로 늘리고 신탁재산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측은 “수탁재산의 범위를 금전·증권·부동산뿐만 아니라 부채 및 사업, 담보권, 보험금청구권 등까지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의료법인 등 보다 전문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신탁업자의 진입을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즉 치매요양신탁이나 의료신탁 등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법인의 등장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신탁업 규제체계 하에서는 고령화 등 사회경제변화에 따른 새로운 신탁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최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경증치매 증가에 대응한 치매신탁 도입 필요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75조원에 달하는 치매신탁 시장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같이 신탁 개발을 통해 경증치매자 등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부족한 편이다.
황원경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중증치매와 정상인의 중간상태인 경증치매자는 전체 치매환자 중 58.8%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과 금융사 사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상태”라며 “경증치매환자를 돌보기 위한 비용은 매우 클 것으로 추산되고 개인 스스로 자금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치매 환자를 위한 치매신탁으로 ‘후견제도지원신탁’을 개발, 의료비 등 지출에 필요한 비용은 후견인이 관리하고 기타 자금은 신탁은행 등이 관리해 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후견인이 치매 환자인 피후견인을 위해 신탁은행과 거래하는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가정재판소의 지시서가 있어야 하며, 사안에 따라 감독을 받고 수지관리 상황을 보고해야 하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치매 환자 수가 65만 명으로 추산되며 2050년에는 271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초기치매 비용의 자가 준비 필요 정도에 대해 60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89.9%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원은 “치매에 대한 불안감 증가와 가족에 의한 경증치매자 관리의 한계 등으로 개인 스스로 치매에 대비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치매신탁 시장은 경증치매의 경우 최대 33조4000억원, 중증치매기까지 포함한 전 기간에는 최대 75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향후 시장 성장성, 고객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치매신탁 상품 개발이 필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신탁업 운영이 의료법인에게도 허용된다면 환자에게 요양서비스와 재산관리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병원 등장 및 관련 사업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 측은 “맞춤형 신탁계약 출현을 촉진하고 재신탁 등을 통해 수탁재산 관리의 효율성 및 전문선을 제고할 것”이라며 “5월경 연구용역 및 공청회를 진행하고 신탁업법 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