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과 민간의료보험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금융위원회 소관의 민간의료보험을 보건복지부가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천의대 임준 교수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민간의료보험 팽창 억제와 국민건강보험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 같이 밝혔다.
임 교수는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 경우 민간의료보험이 불필요할 것"이라며 "건보 보장성 강화와 민간보험 규제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의료패널 조사 결과, 민간의료보험 신규 가입 이유 중 ‘불의의 질병 및 사고로 가계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가 46.3%로 가장 많았고, ‘국민건강보험 서비스 보장이 부족하다 생각돼서’가 35.4%로 뒤를 이었다.
이에 임 교수는 "건보 보장률을 OECD 평균인 80% 수준까지 확대하고, 동시에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민영의료보험법 제정을 통해 관리감독을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소비자 권리, 상품 표준화 등 민영의료보험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민간의료보험의 영역을 비필수 부분과 네거티브 리스트로 한정해 미용성형과 고급서비스 등에 국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효과성 등이 검증되지 않아 급여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 행위는 원래 불법이지만 희귀질환 등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민간의료보험으로 보상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민간의료보험의 관리 감독을 보건복지부에서 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다만, 저부담·저수가·저급여 개편이 필수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의협 서인석 보험이사는 “실손보험 중복가입을 막고 불완전 판매에 대해 지금보다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본인부담금 납부는 개선돼야 하며, 그 관리 부처는 보건복지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도 민간의료보험 제정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해당 법안을 통해 민간의료보험의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대표는 ▲민간의료보험 감독위원회 설치 ▲실손보험 급여대상 범위 제한 ▲신의료기술 등에 대한 진료비 규정 ▲보험금 지급률 하한선 설정 등이 포함된 민간의료보험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에는 한국환자단체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의견을 같이 했다.
김 대표는 “자동차보험은 국토교통부가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의료보험에 보건복지부가 관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상호균형과 실손보험 가입자 보호를 위해 복지부 소속 하에 민간의료보험 감독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의료보험의 영역을 비필수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비필수 분야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서남규 센터장은 “민간의료보험은 건보의 보충적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는 모두가 동의하겠지만 ‘보충적’이라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앞으로 많은 고민이 필요하며, 민간의료보험을 ‘비필수’ 영역에만 한정해야 한다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다”며 “비급여 발생유형별 논의를 통해 건보에서 급여를 해야 할 부분과 개인이 선택할 부분을 분명히 정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필요성 인정하지만 논의 더 필요"
정부에서는 민간의료보험법 제정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민간의료보험법은 복지부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적으로 논의가 필요하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국민 건강수준과 보장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민할 것”이라며 “단지 민간의료보험을 통제하자는 수단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민간보험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정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의료보험을 적용할 수 있는 비급여를 네거티브형으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긍정적 입장을 전했다.
정 과장은 “포지티브 형태를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것에는 원론적으로 동의를 한다. 현재도 행위별로 네거티브로 실시하고 있지만 심사기준 때문에 보장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체감될 수 있다”며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비급여를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과장은 “건강보험 설계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데 민간의료보험 설계가 더욱 문제”라며 “다만, 모든 비급여가 다 없어질 수 있을지, 필수의료와 비필수의료를 명확히 하고 비필수 행위 자체를 금지할 수 있을지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