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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 문진, 청진, 촉진을 기본으로 진료하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눈빛 한번, 말 한마디, 손짓 한번으로 범죄자가 될 수 있다."
성범죄 의사에게 최대 30년 동안 취업을 제한토록 하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법 개정 가능성이 열려 있는 만큼 의료계의 경계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의결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진료과를 불문하고 범의료계로 반발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앞서 여성가족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성범죄 사건 판결과 동시에 최대 30년의 취업제한 명령을 함께 선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그러나 법제사법위원회는 해당 개정안이 앞선 헌법재판소의 아청법 관련 위헌 결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제 2소위원회에서 재심사하기로 의결했다.
강병훈 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개정안에서 법원이 반드시 취업제한 명령을 선고하라고 한 것은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 선고 여부를 심리해야 한다’는 헌재의 결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업제한 명령을 전자장치 부착이나 신상정보 등록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함에도 개정안에서는 정황을 재평가해 이를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타상임위 법안을 심사하는 제2소위 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다른 것보다 개정안이 헌재의 결정 취지에 배치될 우려가 있다”며 “다른 부분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소위 회부 의견을 밝혔다.
결국 법사위 권성동 위원장은 아청법 개정안의 제2소위 회부를 의결했다. 2월 국회는 3월 2일까지 열리며 3월 상임위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재심사로 언제든 법 개정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의료계 반발은 여전하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산부인과의 경우 진료 특성상 이 개정안으로 인해 선의의 희생자가 생길 수 있고, 환자 주관적 판단으로 고통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우발적 부주의에도 부과되는 벌금형의 경우 취업제한은 지나치다"며 "최대 30년 취업제한도 기존 위헌이었던 10년 제한에 비해 오히려 더 늘었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의료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안전한 분만환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개정안 시행으로 진료가 위축되고 환자와의 신뢰 관계가 깨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취업제한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났음에도 이 같은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포퓰리즘적인 입법을 시도하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아청법을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판사 전원일치 ‘위헌’으로 판결한 바 있다.
아청법 56조12항에 아동 청소년과 관계없는 시설인 노인병원, 요양병원 등은 취업제한 대상기관에서 마땅히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의사회는 "입법에 비해 지나치게 기본권이 침해된다"며 "헌법 비례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최소 침해 원칙을 준수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의총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결국 헌재 판결마저 무시하고 과거 아청법보다 처벌이 강화된 개정안을 의결했다"며 "무리한 입법으로 인해 의사들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를 제대로 보지도, 만져보지도 않고 진단을 하는 것은 의사에게 무당이나 점쟁이가 되라는 의미”라며 “제대로 된 진료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 인명 피해는 누구 책임”이냐고 물었다.
무리한 아청법 개정안 입법 발의를 즉각 철회하라는 거듭된 촉구다.
전의총은 “의사의 눈을 가리고 손과 발을 묶어놓고 진료하게 만드는 이 법을 무리하게 진행한다면 전국 의사들은 의료를 멈춰서라도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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