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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있게 “포화된 요양병원 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던 전략을 공개해달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곧바로 부끄러워졌다. “쉽고 빠른 길보다 환자와 직원들에게 감사하며 꾸준히 걸어가면 행복할 수 있다”는 답변이 나왔기 때문이다. 환자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알맹이 없는 의료현실에 익숙해진 탓에 중요한 가치를 잊고 있었음을 느꼈다.[편집자주]
"행복나눔125 운동 등 직원 만족도 높아지면서 새 패러다임 창출"
의료법인 인덕의료재단 이윤환 이사장[사진]은 안동 복주요양병원과 예천 경도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1973년생으로 의료재단 이사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기엔 다소 어린나이라고 보이지만, 벌써 10여년 전부터 이사장이라는 명함이 나왔으니 경력으로 따지면 베테랑이다.
그는 의사가 아니고 물리치료사다. 애초에 금수저가 아닌 흙수저 출신이다. 학벌은 물론 자라난 환경이 남들보다 뛰어나지 않았다. 인터뷰에 앞서 흔한 성공스토리를 풀어내는 성공한 젊은 CEO로 생각했지만, 그의 눈에 담긴 사연은 만만치 않아 보였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어요. 어렸을 때는 호롱불 밑에서 공부했고 마중물을 넣어 수동 펌프질을 해야 물을 쓸수 있었어요. 지금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흔치 않은 상황이었죠. 제대하고서도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공사현장에서 계속 일해야만 했어요.”
20대의 이윤환은 힘든 상황 속에서 미래를 생각하며 오기로 버텄다. 딸기우유와 빵은 시간을 아끼기 위한 일상의 저녁이었다고 회상한다.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전기기사자격증과 물리치료사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눈물 젖은 빵에 대한 사연으로 들릴뻔 했는데, 그는 그때 딸기우유가 물려서 아직도 입에 대지 못한다는 웃픈 고백을 남겼다. 물론 시험은 모두 합격했고 성적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진학하면서 예천의 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사로 일을 시작했어요. 그 당시 4년간은 30만원에 산 티코를 몰고 각종 학회에 공부를 하러 다녔어요. 쉴 수 있는 시간은 없었지만, 외국에서 배울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바로 갔습니다. 그게 경쟁력이 될 거라는 믿음이 컸습니다. 그게 자산이 됐죠.”
그렇게 치열한 삶을 보내던 그에게 우연찮게 기회가 찾아온다. 의료법인에서 운영하는 모 정형외과가 있었는데 운영이 어려워져 이를 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5억원으로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욕심은 있었지만 수중에 돈이 없었다.
다행히 그를 믿었던 은사와 선배, 친구들 덕에 자금을 마련하게 됐고 지난 2005년 33세 나이로 인덕의료재단 젊은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린다.
'4無(무) 2脫(탈)' 존엄케어 그리고 감사나눔
이사장으로 취임한 그는 선진적 모델를 구축하고 있는 일본을 방문해 요양병원 및 시설을 견학한다. 국내와 전혀 다른 형태의 환자중심의 관리체계에 충격을 받고 이를 접목해야 한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국내에서는 희연병원 김덕진 이사장, 이손요양병원 손덕현 이사장 등도 존엄케어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고, 이윤환 이사장 역시 같은 길을 걷겠다는 다짐을 했다.
“존엄케어는 ‘4무2탈’로 설명할 수 있어요. 냄새, 낙상, 욕창, 신체구속을 없애고 침대를 벗어나 기저귀를 차지 않는 관리를 하겠다는 목표죠. 손발을 묶는 것은 인생은 묶어 버리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문제를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존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는 존엄케어를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전에 중환자실의 환자 반 이상에게 억제대를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그게 환자들을 위한 방법이라고 판단했었지만 ‘내가 콧줄이나 뱃줄을 꼽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내 손을 못 쓰게 묶어버리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변화가 시작됐다. 탈기저귀도 탈침대로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했다.
이윤환 이사장은 환자들을 위한 존엄케어에 이어 직원들의 만족도를 올리기 위한 방법으로 행복나눔125 운동도 시작했다. 하루에 1가지 선행하기, 한 달에 2권 책을 읽고 토론하기, 하루에 5가지 감사 쓰기를 생활화하자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직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숨쉬는 것, 아프지 않은 것, 가족과 여행과 가는 것, 직장생활을 하는 것 이런 당연한 모든 것들에 감사를 느끼게 됐죠. 점차 밝아지는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 저 역시 행복감에 젖어들게 됐습니다.”
이처럼 그의 경영방침은 돈벌이보다는 휴머니즘에 입각했고, 그 승부수는 통했다. 이제는 빅5병원에서도 벤치마킹하러 방문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지난해에는 한국형 요양병원이 나아갈 방향 제시하고 감사나눔경영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아 요양병원 최초로 대한민국 신지식인에 선정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편견 속 요양병원을 구하라
2007년부터 장기요양보험이 생기고 여러 장려책이 만들어지면서 “요양병원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생겼고 기하급수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결국 진정성 없이 가격 경쟁만 부추기는 형태로 전락했고 현재 요양병원은 바라보는 각계각층의 시선은 그리 좋지 않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정부의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장기요양보험만으로는 절대로 질 측면에서 상향평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현재 요양병원 시장은 진정성없이 환자유치를 위해 무분별한 경쟁에 놓여있다는 우려다.
“힘없는 노인도 병원에서 인간으로 존중받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간병보험화를 실시해야 합니다. 전국 어떤 요양병원을 가도 간병비를 포함한 병원비가 동일한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제도적 기틀이 만들어져야 존엄한 요양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이윤환 이사장은 치열함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었던 20~30대를 거쳐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또 치열한 40대를 거치고 있다. 이런 그의 고민이 아직 갈 길 먼 국내 요양병원 체계를 변화시킬수 있을지 왠지모를 기대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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