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보건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당초 계획대로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의료계 설득 작업과는 별개의 행보다.
물론 당장 법 시행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잇단 당근책을 제시하며 의료계 동참을 유도하고 있지만 뒤로는 시간표에 맞춰 뚜벅뚜벅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실제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감이 확산되자 정신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강제입원 시 각각 다른 의료기관 전문의 2명의 소견이 필요하다’는 조항에 예외를 뒀다.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 해당 지역의 국공립병원 또는 지정의료기관과 그 소속 전문의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2주 내 진단을 받지 못한 경우 1회에 한해 기간을 재연장 할 수 있도록 했다.
판정의사 파견이 가능한 지정의료기관 기준도 당초 국공립병원에서 민간의료기관 참여가 가능하도록 상당 부분 완화시켰다.
법적 책임 부분도 명확히 했다. 복수의 법무법인으로부터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의사가 의학적 판단에 근거해 진단을 내린 경우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가 반대입장을 고수하자 이번에는 ‘판정수가’라는 당근책을 제시했다.
강제입원 여부를 판단하는 의사들에게 일반 진찰료를 훨씬 상회하는 수가를 보장해 준다는 것으로, 액수는 환자 1인 당 5~6만원 수준을 예고했다.
앞서 제시했던 유인책들의 약발이 받지 않으면서 급기야 의료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가’라는 당근책을 제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의료계 동참에 초당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지만 복지부는 오는 5월 30일 정신보건법 시행을 기정사실화 하고, 관련 연구용역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복지부는 최근 9500만원을 들여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시범사업 결과 분석 및 수요자원 추계’ 연구를 진행키로 하고, 연구자 공모에 들어갔다.
이 연구는 정신보건법 개정의 핵심인 입원적합성심사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평가하는 것으로, 내년 전면 시행을 대비한 행보다.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정신질환자의 장기가 강제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심사기구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물론 변호사 등 법조인, 보호자, 인권단체 등이 참여한다.
위원회는 권역별 국립정신병원에 설치되며 최초 강제입원 이후 한 달 안에 열리게 된다. 다만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는 1년 동안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에 정식 도입된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및 국립공주병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실시된다. 복지부는 2018년 심사위원회 본사업 시행을 위해 표준운영모델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심사위원회 및 소위원회 운영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을 추계함으로써 추후 본 사업 시행에 따른 전국 확대에 대비하기 위해 이번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위법령 입법예고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부분적 보완이나 수정은 가능하지만 정신보건법 시행 자체를 유예하거나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용역은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모델을 찾기 위함”이라며 “당초 예정돼 있었던 만큼 불필요한 오해는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