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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통령 파면 속 조기대선 '의료정책' 촉각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 "건강보험 정책, 지속 가능성과 비용 효과성 기반 추진"
[ 2017년 04월 10일 11시 32분 ]

사상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관가(官街)는 싱숭한 모습이 역력하다. 정권 말 통상적인 레임덕(Lame duck)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조기대선을 맞이하는 생소한 상황에 중앙부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50일 남짓이면 새정부가 들어서는 만큼 현재로서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정국을 살피는 관망론이 지배적이다. 일반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 주를 이루는 보건복지부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로서는 추진 중인 정책을 점검하는 수준에 업무의 방점이 찍혀 있다. 차기정권에서 어떠한 정책 방향이 제시될지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보다 마무리에 무게추를 실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물론 정권교체와 무관하게 추진해야 할 정책들도 산적하지만 현재는 쉼표 타임이다. 이러한 상황은 보건의료정책 총지휘관에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어쩌면 취임 후 그려왔던 밑그림을 수정해야할지도 모를 일이다. 조기대선 소용돌이 속에서 만난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의 어깨가 여느 때보다 무거워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편집자주]


자명한 난국(難局)이지만 김강립 실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국민건강을 위해 가야할 길이 명확하다는 확신의 발로였다.


장장 27년 동안 보건복지부 내에서도 주로 보건의료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내공으로 비춰볼 때 정권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할 그 무언가를 아는 그였다.


“새정권이 들어서면 보건의료정책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지 않겠냐”고 물으니 “어느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정책의 큰 방향성은 바뀔 수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한 고민이 깊고, 전국민 의료보험을 운영 중인 우리나라의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한 상황이라는 진단이다.


때문에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이 작금의 최대 정책 과제이고, 정권교체 여부와 무관하게 국가적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은 7%로,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율은 매년 OECD 회원국 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건강보험체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모든 보건의료 정책이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허리띠 졸라매기’를 강요하지는 않을 계획이다. 비용대비 효과성 극대화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가 목표다.


양(量) 중심에서 가치와 성과 중심으로, 정책당국과 공급자 위주에서 환자 위주로 의료 패러다임이 바뀌는 판을 짜야할 시점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환자에게는 ‘만족’을, 병원에게는 ‘보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정부의 몫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은 비용 효과성과 맞닿아 있고, 이는 곧 의료 패러다임 변화가 수반돼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우문현답과 소통 확대로 의료계와 협력하고 신뢰 회복 


이러한 측면에서 그는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책 수립에 앞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이를 반영해야 제도의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소신이다.


그가 후배 공무원들과 술자리에서 늘 외치는 건배구호는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의미다. ‘탁상행정’을 탈피하자는 구호이기도 하다.
 
현장중심 정책에 대한 소신은 그의 행보에도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울 때마다 그는 늘 현장에 있었다.
 
지난 2015년 9월 보건의료정책관으로 발령 받았을 당시는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반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김강립 실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현장을 찾았다. 전국 15개 지역을 돌며 의사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그들의 의견을 듣고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다.
 
의약분업 이후 무너진 신뢰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새롭게 입안하려는 정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보다 숨겨진 의도부터 찾으려 애쓰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 불신의 시발을 잘 알기에 보듬고 설득하는 수고를 마다할 수 없었다. 때로는 정중한 사과로, 때로는 진심어린 다짐으로 다가갔다.
 
성토를 쏟아내던 의사들도 차츰 비난조에서 타협조로 바뀌었다. 진심이 통하자 대화가 풀렸고, 좀처럼 회복이 힘들어 보였던 신뢰도 다시금 쌓이기 시작했다.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약분업 이후 정부에 대한 의료계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함께 추진해야 하는 보건의료정책에 걸림돌이 된 게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무너진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나름 의미있는 성과들이 도출됐다”며 “이제부터는 국민건강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협심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선택사항 아닌 필수”


보건의료정책실은 보건의료정책관과 공공보건정책관, 한의약정책관, 건강정책국, 건강보험정책국, 보건산업정책국 등 6개국 22개 부서로 구성돼 있다. 소속 직원도 200명이 넘는다.
 
그만큼 아울러야 하는 정책도 많다. 직제 부서들의 담당정책의 무게감이 적잖은 만큼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하지만 그는 ‘준비된 보건의료정책실장’이라는 내외부의 평가에 걸맞게 벌써부터 각 분야 정책의 맥(脈)을 간파하고 전략 수립에 한창이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수출지표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으로의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육성,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강립 실장은 “다른 분야들이 수출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도 보건의료산업은 20%의 성장을 기록했다”며 “육성 필요성이 충분한 만큼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역시도 정권과 무관하게 추진돼야 할 정책 방향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정밀의료, 재생의료가 주가 될 미래 의료산업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국가 신성장동력으로의 가치는 물론 국민건강권 향상 차원에서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설파했다.


이러한 확신은 결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다. 전국민 건강보험에 기반한 빅데이터는 물론 연구중심병원,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풍족한 인프라는 어느 나라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중요한 문제는 이 인프라의 효율적 활용이다. 그를 위해서는 가버넌스(Governance) 재편이 필요하다. 각 부처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보건의료 R&D를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강립 실장은 “미래의료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부처 합동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의료는 물론 정보통신, 금융 등 다방면의 협업이 이뤄져야 결과를 낼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김강립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대학원 사회복지정책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0년 행정고시(제33회)에 합격해 첫 공직에 입문했으며 보험급여과장, 장애인정책팀장, 의료정책팀장, 보건의료정책과장, 보건산업정책국장, 사회서비스정책관, 연금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2012년 1월부터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에 파견됐고, 지난 2015년 9월 복지부로 복귀해 보건의료정책관으로 재임했으며, 지난해 12월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발령받았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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