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이외의 우울증 치료법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경두개 자기장 자극기(TMS)’가 세상에 알려지고 나서부터다.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뇌를 자극, 신경세포를 활성화시켜 신경정신질환을 치료하는 TMS는 약물에 따른 부작용 없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러나 몸체가 정신과 치료실에 두기에 다소 큰데다가 치료과정 내내 의사가 작동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등 사용의 불편함으로 국내에서는 널리 쓰이지 못했다.
이에 새로이 우울증 치료기기에 적용된 게 ‘경두개 직류자극치료술(tDCS)’이다. tDCS는 뇌에 전기자극을 줘 세포가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만든다. TMS보다 적은 에너지를 투입해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기기의 경량화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도 간편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와이브레인의 ‘마인드(MINDD)'는 이 같은 첨단기술을 적용해 국내 최초로 식약처의 3등급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상용화에 나섰다. 헤어밴드처럼 머리에 두르고 나면 기계가 뇌의 특정 부위를 전류로 자극하는 방식이다.
와이브레인 이기원 대표는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낸 것을 기반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게 됐다”며 “타 신경성질환 치료기기 R&D가 아직 연구단계에 있는 것을 두고 볼 때 고무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2013년 설립된 와이브레인은 tDCS를 이용해 실용성을 높인 신경성질환 치료기기를 연구한 끝에 ‘마인드’를 개발했다.
지난 2년 간 국내 대형병원 7곳에서 96명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중증도 이상의 우울증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고, 부작용도 없었다. 단독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기원 대표는 “TMS나 tDCS와 같이 뇌를 자극해 신경성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으로 각광을 받은 바 있다. 약물 복용을 함께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어 효과적이다. 조만간 관련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마인드를 통해 우울증 치료를 시작하면 기기 사용시간을 비롯해 환자의 상태 변화나 부작용의 여부까지 데이터를 통해 기록된다. 와이브레인은 이를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치료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환자는 기기를 통해 우울증 치료 및 관리를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으며 처방하는 의사는 환자가 집에 머물때도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인드는 식약처 인증에 이어 오는 7월에는 유럽 CE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우울증에 대한 치료효과를 입증받게 되면 조현병을 비롯해 불안장애, 중독, 뇌졸중재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임상검증이 이뤄지는 중이다.
이후 지역·국가별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에 진출해 최종적으로는 2~3년 내 FDA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기원 대표는 “tDCS를 이용한 의료기기 FDA 허가서는 아직 없다. 성공한다면 와이브레인이 세계 최초가 될 것”이라며 “마인드가 국내 대형병원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마켓 데이터를 확보해서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인드의 신경성질환 치료범위 확대와 함께 우울증 치료기기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바탕으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게 와이브레인의 포부다.
“마인드를 개발하면서 국내 우울증 환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목격하게 됐다”고 말한 이 대표는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우울증 환자들 가운데 실제 치료를 받는 경우는 60만명에 그친다”며 “많은 환자들이 병원에서 효율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발전된 기술을 실용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tDCS를 통한 우울증 치료기가 판매되기 시작했고 해외시장도 개척해야 하는 만큼 다른 연구기관 및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신경성질환 치료기기 발전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