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치아모형 사진이 뜬다. 화면에서 원하는 부분을 터치하면 블루투스로 연동된 석션 호스가 자동으로 움직인다. 역시 화면 내에서 on/off 버튼을 터치해 석션 동작과 정지를 조정할 수 있다.
보조인력 없이도 빠르고 신속하게 석션 작업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자동화 석션 의료기기 ‘T Dental Bot’의 작동 방식이다.
‘T Dental Bot’을 개발한 것은 다름아닌 현직 치과의사다.
“초등학생 아들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로봇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수업을 듣다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게 됐다”고 말한 곽호정 원장(테라스치과)은 “나 또한 보조인력 구인난에 시달리는 개원의 중 한 명이다”라며 개발 동기를 설명했다.
“의료인력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지만 치과 보조인력은 더 심각하다. 서울에서도 보조인력 때문에 운영을 못하겠다는 목소리가 크고 지방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필요할 때마다 가족들이 달려와서 석션을 해준다더라.”
치위생사의 잦은 이직으로 늘 부족한 보조인력과 경영난 가운데서 고군분투 중인 개원의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기기가 뭘까 고민하다가 ‘석션 로봇’을 만들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계 제작이 처음부터 잘될 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처음부터 끝까지 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기기 몸체 재료부터 조립, 애플리케이션 개발까지 쉼없이 자문을 구하고 발품을 팔았다. 밤늦게까지 세운상가와 용산을 돌아다니고 주말에도 꼬박 작업에 매달렸다.”
곽 원장은 “기술적 의뢰를 요청하러 가면 무턱대고 ‘그건 안 된다’라거나 대뜸 ‘3000만원은 있어야 한다’며 돈부터 요구하는 게 태반이었다”라며 개발 당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잠을 쪼개 가며 6개월 내내 매달린 것은 최종사용자의 입장에서 개발한 기기가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신념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로봇은 아니다. 아마추어인 내가 만들었으니 고도의 첨단기술이 접목된 의료기기라고 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6개월 간 직접 사용하고 단점을 보완해 나가며 엔드유저(End User, 최종사용자)의 시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고 확신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해 석션 작업을 통제하는 간단한 방식이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음성인식을 통한 조종 기능은 환자 편의를 생각해서 넣지 않았고 기계 크기도 비교적 작은 편인 치과 진료실에 맞게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현장에 필요한 기능만 담았다. 1년여 개발기간 끝에 ‘T Dental Bot’을 공개하자 개원의들로부터 당장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이 이어지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다.
“보조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진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 효율성을 생각해야 하는 개원의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라고 본다”고 말한 곽 원장은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 부족한 점을 보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T Dental Bot’은 지난해 특허를 신청했고 올해는 국제특허에도 도전한다. 기술력과 독보성을 인정받기 위해 해외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곽 원장은 “석션 기기는 시작일 뿐”이라며 “소규모 의원이라 하더라도 적절한 기술을 통해 전체 시스템을 개선해 진료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라며 포부를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