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나 MRI 등 암 진단 체계가 잘 마련돼 있는 국내에서 체외진단은 부차적인 장비로 여겨지기 쉽다.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은 74조원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1조원에 그치는 등 규모도 작다. 이런 가운데 암 조기진단을 넘어 발병 위험률까지 예측할 수 있는 체외진단 기술이 개발돼 예방중심 의학 트렌드에 새로운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다.
체외진단기업 (주)바이오인프라 생명과학이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MRC가 공동개발한 혈액 다중표지자 검사인 ‘아이파인더 스마트 암검사’는 피 속에 존재하는 단백 바이오마커를 통해 암을 조기진단하는 것에서 나아가 암 발병 위험도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보건복지부 보건신기술로 인정받았다.
바이오인프라 생명과학 김철우 대표는 “기존 혈액검사가 4~5개의 바이오마커를 통해 발병 유무를 진단했던 것과 달리 아이파인더는 암과 관련있는 총 19개의 바이오마커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면역체계 및 대사흐름, 혈관증식 등을 고려한 암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마커란 몸의 건강상태나 질병 경과를 관찰할 때 필요한 표지자다.
김철우 대표는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병리학 교수 재직 시절 대략 11년에 걸쳐 암 진단과 관련 있는 바이오마커들을 찾아냈다. 수만 개의 바이오마커를 100여개 내외로 추리는 데만 6년이 걸렸다. 그 가운데서 실제 임상에서 유효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측정 가능하며 안전성이 있는 표지자 19개를 찾아냈다.
김 대표는 “암 검사 정확도는 암을 암이라고 판별해 내는 ‘민감도’와 암이 아닌 것을 아니라고 구분할 수 있는 ‘특이도’로 측정된다”며 “위암, 대장암 등 장기별로 암이 발병함에 따라 여러 종류 세포들이 발생하는데 다양한 바이오마커에 대한 검사결과를 분석해 높은 정확도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이파인더는 현재 폐암·대장암·간암·위암·전립선암·유방암 등 총 6개 암에 대해 90% 이상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고 있다.
각 바이오마커의 측정 수치를 통해 향후 암이 발생할 가능성 또한 알 수 있다. 암 발병을 보여주는 특정 바이오마커 수치가 10이라고 가정한다면 과거에는 10을 넘기지만 않으면 아직 암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하다고 진단하는 방식이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수검자의 바이오마커 수치를 구체적으로 볼 수 있어 10에 가까워질수록 향후 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이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며 “조기진단을 넘어 암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수치를 낮추기 위한 효과적 건강관리가 가능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암도 고혈압과 당뇨처럼 생활습관 질환의 하나다. 어느날 갑자기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요인들이 오랫동안 체내에 있었던 것”이라며 “질병 발생 확률의 근거를 수치로 제시하고 치료 단계에 오기 전 관리를 통해 암을 예방하고 건강수명을 늘리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바이오인프라에서 제공하는 ‘웰니스케어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김 대표는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한 질병 위험도 측정을 심혈관 및 대사질환에도 적용해 활용 가능하다”며 “현재 분석 소프트웨어가 완성 단계에 있으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등을 활용해 건강검진센터 및 기업에서 직원들 건강관리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표적항암제 개발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심층부에 있는 암을 치료하기 위한 억제유전자가 도달할 때 혈액 속에서 분해되지 않게 하기 위해 치료제를 감싸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며 “초음파와 결합했을 때 반응을 일으켜 심부에 치료제를 넣어주는 작용을 하는 매개체로 연세대학교와 5년의 공동연구 끝에 임상단계에 도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조기진단과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콘텐츠 제공을 통해 예방 중심 의료 패러다임이 확산되는 것이 김 대표의 포부다.
“의료비 중 진단에 들어가는 비용은 3%에 불과하지만 실제 건강에 기여하는 비율은 70%에 이른다. 예방 중심 의료가 각광받고 있는 이유”라고 말한 김 대표는 “의학적 근거를 통해 고위험군 환자들이 스스로 생활습관을 고쳐 건강관리를 하고 이로써 미래에 발생할 암을 미리 예방하는 시대를 열고 싶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