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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스승의 날인 5월 15일.
일선 의과대학과 병원에서는 비교적 차분하고 간소한 분위기 속에서 꽃바구니 선물 대신 사제지간 마음을 나누는 '신(新) 풍속도'가 연출됐다.
특히 얼마 전 서울의대 교수들이 정년퇴직 선물로 고가의 골프채를 주고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사건이 알려지면서 더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부분의 의대와 병원은 예년과 같이 공식적인 행사 없이 의국별로 스승과 제자의 마음의 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은 몇몇 의국별로 진행됐던 사은회가 아예 사라졌다. 실제로 교수 연구실을 가득 메운 꽃바구니와 선물도 보기 힘들어졌다.
대신 삼삼오오 교수실을 방문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마저도 부담스러운 제자들은 전화와 문자, 개인 카톡으로 은사에게 마음을 전하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서울의대 한 교수는 “최근 불거진 일도 있고 모두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또 선물대신 감사의 마음만 주고받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면서 “관례적인 꽃바구니도 준비하지 말라고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했다.
이화의료원 역시 교육수련부에서 따로 지침이 내려가지는 않았지만 예년과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대 한 교수는 “예년에도 특별한 공식적인 행사 없이 각 의국별로 알아서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꽃다발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나 역시 선물 등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가톨릭의료원과 건국대병원도 김영란법 시행과 스승의날 관련, 이미 사전에 내부 교육 등을 통해 고지를 했기 때문에 사은회 등을 별도로 개최한 의국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톨릭의대 한 교수는 “매체 등을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받는 입장인 교수들도 부담스럽기는 매 한가지”라고 말했다.
건국대병원 한 교수는 “기존 스승의날 축하 풍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더 많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또한 지난해와 비교했을 경우 물질적인 선물 등을 교환하는 풍습은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고대안암병원도 많지 않던 스승의 날 작은 행사들이 올해는 계획조차 되지 않았고 특별한 이벤트 역시 없었다.
선물대신 춤·노래도 선물 대신···"편지가 더 청탁같아요" 부담스러운 제자들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보낸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소박하게 마음을 전하는 공식행사가 진행된 병원도 있었다.
강동경희대병원은 세미나실에 과별로 교수님들이 모여 학생들이 스승에게 꽃을 증정하는 간단한 축하 행사를 진행했다.
고대구로병원의 일부 과에서는 선물과 꽃바구니 대신 노래와 춤을 준비해 사제지간 돈독한 정을 나누기도 했다.
고대구로병원 한 교수는 “예년에는 꽃바구니를 준비하던 전공의들이 올해는 노래와 춤을 선물했다. 가슴 찡한 감동을 받았다”면서 “더 뜻 깊은 스승의 날을 보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자들 입장에서는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 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가톨릭의대 한 학생은 "선물이 안 된다고 해서 꽃이나 편지는 될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더 청탁처럼 보이는 것 같다"며 "그렇다고 매일 보는 교수님께 전화만 드리고 넘어가기도 어렵다"고 난감함을 내비쳤다.
세브란스병원 한 전공의도 "매년 꽃을 드렸는데 올해는 하면 안 될 것 같아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계속 고민스럽다"면서 "마음이 더 부담스러운 스승의 날을 보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