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장‧차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이전 내각과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교육부, 국방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장관이 내정됐지만 복지부는 이번 인선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17개 부처 가운데 11개 부처 장관만 지명된 상태다. 나머지 6개 부처는 아직 발표 조차 못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신임 장관 내정자 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정진엽 장관이 여전히 국무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장관 발표가 늦어지면서 자연스레 現 정진엽 장관의 임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연장선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지만 현 상황이 길어지면 ‘기록’ 수립도 가능해 보인다.
지난 2015년 8월 27일 취임한 정진엽 장관의 임기는 현재 1년 10개월에 달한다. 날짜로는 656일째다. 이는 2000년 이후 복지부를 거쳐간 15명의 장관들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된다.
가장 오랜기간 임기를 수행한 이는 제47대 전재희 장관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 2008년 8월부터 2010년 8월까지 2년을 꼬박 채웠다.
이어 제51대 문형표 장관(1년 8개월), 제49대 임채민 장관(1년 6개월), 제43대 김근태 장관(1년 5개월), 제42대 김화중 장관(1년 4개월), 제44대 유시민 장관(1년 3개월) 순이다.
현재까지는 1년 10개월 동안 임기를 수행한 정진엽 장관이 두 번째다. 2개월만 더하면 전재희 장관과 동률을 이룬다.
의사 출신 장관들만 놓고 보면 정진엽 장관의 임기는 더욱 도드라진다. 역대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은 총 7명이다. 정 장관을 포함하면 8명으로 늘어난다.
1948년 보건복지부가 사회부로 태동한 이래 51명의 장관이 바뀌는 동안 의사 출신이 임명된 사례는 7명에 불과했다. 비율로는 13.72%다.
하지만 이들 역시 임기는 길지 않았다. 제27대 박양실 장관은 불과 ‘10일’만에 자리를 물러났고, 제35대 주양자 장관 역시 1개월 27일이 임기의 전부였다.
제22대 권이혁 장관(10개월), 제23대 문태준 장관(8개월) 등도 1년을 채우지 못했다.
물론 보건부 제1대 구영숙 장관(1년 5개월), 제2대 오한영 장관(1년 3개월) 등이 있지만 정진엽 장관 보다는 임기가 짧았다.
다만 보건부와 보건사회부 장관을 연달아 역임한 최재유 장관이 총 ‘4년 3개월’ 동안 임기를 수행했지만 70년 전과 현 정치 상황을 감안하면 절대 비교는 무리라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정진엽 장관은 2000년 이후는 물론 역대 의사 출신 중에서도 ‘장수 장관’으로서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정 장관의 임기 연장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말미암아 요동친 정국의 영향이 절대적으로 작용했다.
대통령이 임기만료 1년을 앞둔 시점에서 통상적으로 보은성 내각 개편을 단행했던 만큼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정진엽 장관은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 복지부를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정국은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고, 임명권자의 탄핵과 구속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새정부 출범 후에는 다른 국무위원들과 함께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후임자를 기다렸지만 현 정부가 예기치 못했던 ‘인사절벽’에 부딪치며 임명이 늦어지고 있다.
아직 내정자 발표도 이뤄지지 않았고, 인사청문회 등에 최소 한 달이 소요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정진엽 장관의 임기는 7월, 길게는 8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임기를 얘기하는 게 조심스럽긴 하지만 근래들어 ‘장수 장관’인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동거내각의 상황이 편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