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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을 얻은 전공의가 자살했다면 병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과도한 업무로 인해 우울증을 얻은 전공의가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이 과도한 업무와 관련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전공의 유가족에게 6억원 가량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X씨는 2009년 F병원에 인턴으로 입사, 2010년까지 근무하고 해군 군의관으로 복무한 뒤 2013년 3월 F병원 내과 전공의로 수련을 받았다.
그러나 고인이 신장 내과에서 수련을 할 당시에는 선배 전공의가 없어 문제 상황 발생 시 담당 교수에게 직접 지시·감독을 받았기 때문에 신장내과는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 등 다른 내과 분과들에 비해 1년차 전공의들이 수련하기가 상대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아울러 고인 X씨는 장남으로서 부모님 기대에 부응해야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고 시험 기간에는 예민해지는 등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5년에는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를 진단 받기도 했다.
특히 고인의 공식적인 근무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지만 공식 근무 시간 이후에도 병원의 당직실에서 대기하면서 특별한 휴게시간도 없이 환자 진료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나가서 진료를 보는 방식으로 계속 근무를 했다.
고인은 대기 시간 중 틈틈이 잠을 잤는데 취침 시간이 불규칙하고 수면시간이 매우 적었다. 고인은 입사해 사망할 때까지 약 4개월 동안하계휴가로 5일을 보냈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병원에서 상주하면서 하루 20시간 가까이 근무를 했다.
전공의 X씨는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과 유사한 증상들을 겪어왔다.
사망 직전에 고인은 횡설수설하며 제대로 식사를 하지 않는 등 불안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였고 동기에게 “새로 들어온 플라즈마 환자를 포함한 신장 내과 환자들이 모두 부담되고 환자 뿐 아니라 회진이나 컨퍼런스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결국 전공의 X씨는 2013년 9월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이에 전공의 X씨의 처 A씨, 아들 B씨, 어머니 C씨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고인이 사망에 이르렀다며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訴)를 제기했다.
법원은 과도한 업무로 인해 고인이 스트레스를 받아왔고 이것이 자살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 병원에 일부 책임이 있다며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해서 원고 A에게 2억7518만원(장례비 잔액 290만원, 위자료 2000만원, 상속분 잔액 2억5228만원), 원고 B에게 3억309만원(위자료 2000만원, 상속분 2억8309만원), 원고 C에게 위자료 1000만원 등 총 5억8827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이 고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를 부여한 후 업무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고인이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얻었고 이로 인해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객관적인 사회통념에 비춰 봤을 때 고인은 도저히 혼자 처리할 수 없는 환자를 담당했고 병원은 과도한 업무를 배정했음에도 고인을 위한 인력배치 등을 조정하는 조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재판부는 “결국 피고 병원은 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과실이 인정되고 법률에 따라 고인 및 원고들에게 이 사건을 인해 발생한 손해 부분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고인은 전공의 입사부터 사망까지 약 4개월 동안 휴가 10일을 제외하고 매일 병원에 상주하며 근무했고 부인 A와 아들 B가 있는 집에서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는 등 근무 환경이 열악했고 이는 사건 사고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금액에 대해 재판부는 “사건 당시 28세 6개월이던 고인이 65세가 되는 2050년까지 예상된 일실수입 합계 9억6820만원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고인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동을 선택한 잘못이 있다는 것을 참작해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해 6억7774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