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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제약과 의료기기산업 경계 모호해져"
김해동 비브라운코리아 대표 "제약 치우친 정부 투자, 의료기기로 확대돼야"
[ 2017년 06월 21일 06시 33분 ]
 


해마다 10%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의료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헬스케어시장은 신산업 혁명을 이끄는 첨단기술과의 융합으로 세계적인 성장추세다. 그러나 국내 의료기기시장의 현실은 이 같은 전망과는 차이를 보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2016년도 의료기기 생산실적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업체 가운데 전체 생산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은 상위 30개 기업이며 주가 되는 품목 또한 전통적 의료기기제품이 대부분이다. 의료기기 현장에서는 이 같은 이상과 현실의 ‘온도차’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건보 누적 흑자 중 일부, 적절한 의료서비스 보상에 쓰이면 관련 산업 발전"
 
미래 4차산업 혁명을 이끌어갈 주체이자 가장 수혜를 받을 분야가 의료산업이라는 것은 명백해 보인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의료기기산업발전위원장을 맡고 있는 비브라운코리아 김해동 대표[사진]는 “세계적으로 의료산업이 성장추세라는 것에는 얼마든지 동의할 수 있다”며 “미래 유망기술인 바이오·나노·인공지능 등은 모두 의료산업으로 통하고 있다. 이들이 서로 융합해 발전하는 과정에서 의료기술이 다시 과학을 진보케 하고 인류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전통적으로 구분됐던 제약과 의료기기 영역도 점차 희미해질 것이라는 게 김해동 대표의 전망이다. 실제로 바이오산업 영역에서는 이미 의약품과 치료재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현재는 의료법과 보험체계 등 경계가 분명하지만 산업의 융합 발전으로 제약과 의료기기의 뚜렷한 구분이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의료기술이 발전할수록 의료기기 범주가 확장된다. 제약과 의료기기산업의 비율이 미국은 2.5:1, 유럽은 3.3:1, 국내는 5:1 수준이다. 현재 정부 지원이 제약에 치우쳐 있는데 의료기기에도 적극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의료기기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영세기업들이 이 같은 흐름을 단시간 내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R&D 투자는 커녕 건강보험체계에 맞춰 형성된 산업구조 하에서 이윤을 내는 것조차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현 건강보험제도는 굉장히 좋은 시스템으로 선진국들조차 부러워하고 있다”면서도 “20조원 넘게 쌓인 누적흑자 중 10% 만이라도 의료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보상으로 지출될 수 있다면 국가 미래 경쟁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어 “지출을 억제하면 당장 흑자는 늘 수 있지만 의료산업이 왜곡될 수 있다”며 “장기적 전망에서의 투자보다 보험체계 허점을 노린, 개선 아닌 개선을 통한 이윤추구 현상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국내 의료기기산업이 성장추세라고 단정 짓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헬스케어 산업에 무작정 편승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김 대표는 “타 산업 영역에서 헬스케어 부문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거나 의료서비스 관련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는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영역과 비교할 때 성공이 반드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실패에서 배운 경험을 산업경쟁력으로 승화할 수 있게 해 주는 관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짚었다.
 
헬스케어는 전통 있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은 물론이고 구글과 IBM등 거대 IT기업에서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 영역이다. 산업의 패러다임이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무조건적으로 여기에 뛰어드는 것 또한 해답은 아닌 것이다.
 
김 대표는 “아프리카와 중국 서부 등 제대로 된 치료시스템이 없던 국가들이 의료혜택을 받게 되면서 당분간 규모를 막론하고 의료기기 업체들이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그러나 산업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기존 진단·치료테크놀로지가 질병의 예측·예방 등 새로운 기술들로 대체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호황을 즐기다가 사장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같은 측면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비브라운코리아 기본 색깔 지키면서 미래 고민"
 
정부는 4차산업혁명위원회까지 구성하며 신산업 동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김 대표 또한 협회의 산업발전위원장을 맡고 있음과 동시에 기업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경영인이기도 하다. 정체도, 무조건적인 편승도 해답이 아닌 상황에서 그가 택한 것은 ‘기본’이다.
 
“당장 AI나 바이오 등 신기술 영역으로 방향을 돌리려는 계획은 하고 있지 않다. 구글과 같은 거대 기업보다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비브라운코리아가 해 왔던 다양한 치료분야의 베이직케어와 환자안전에 충실하고자 한다”고 밝힌 김 대표는 “기업이 그동안 추구해 왔던 색깔을 지키면서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하나의 생존방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브라운코리아는 500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치료분야의 제품을 유지하고 있다.

“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의료산업 영역에서 오랫동안 성장해 온 경험과 지속경영(Sustainability)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맞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한 김 대표는 “‘잘 되는 회사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의료기기의 기본 역할에 집중하면서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178년 간의 변함없는 지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료현장의 주체인 의사가 중심이 돼 개발·연구를 수행하고 여기에 기업의 기술력과 정부의 사업 육성이 함께 맞물려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의료 현장에서 더 나은 환자케어를 위해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 고민하면 관련 기술은 쉽게 얻을 수 있다. 기술연구의 사업화가 활성화되고 실패하더라도 재기할 수 있는 보호벽이 마련되면 과감한 도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해진기자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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