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위증죄로 1심에서 1년형을 선고 받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정기양 교수는 지난 6월27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302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서 가족들과 대면했다.
수갑을 풀고 법정에 들어선 정기양 교수는 먼저 참관인석에 착석한 가족들을 향해 짧게 눈인사를 했다.
2~3초의 짧은 눈인사는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애틋했다.
정기양 교수 가족들은 재판이 시작되는 3시 20분보다 훨씬 이른 시각 법정에 도착해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법정 참관인석 두 번째 줄에 자리한 가족들은 재판이 진행되는 1시간 여 동안 침통한 표정으로 변호인단의 변론과 검사 측의 주장을 지켜봤다.
정기양 교수 부인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감정이 격해졌는지 흐느껴 울기 시작해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목격됐다.
조용히 재판을 지켜보던 가족 중 한명은 검찰이 정기양 교수가 비선진료를 도모하고 리프팅을 계획했다고 말하자 정기양 교수의 명예를 지켜주고 싶은 듯 "비선진료는 아니고 자문의였는데···"라며 나즈막히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평소보다 더 야윈 모습을 한 정기양 교수는 두 손을 모으고 재판 내내 무거운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거나 손끝으로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변호인단이 “위증은 인정하지만 당시 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아니었고 문답의 전체적인 맥락이 세월호 당시 미용시술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피고인(정기양 교수)이 질문에 대해 우발적으로 대답이 이뤄진 점을 참작해 달라”는 변론을 할 때는 고개를 조금 숙여 책상 끝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또 "많은 피부암 환자들이 정 교수에게 수술과 진료를 받기위해 기다리고 있으며 대학교수 신분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선처 해달라"고 판사에게 호소할 때는 자신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고개를 더 숙이는 모습이 관찰됐다.
이어 검찰 측이 “청문회는 대통령에 대한 비선진료에 관한 전반적 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뤄졌다. 때문에 피고인의 위증이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다는 주장은 성립될 수 없으며, 청문회 당시 위증이 특별검사 수사까지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형에 대해 인정을 하는 지도 모르겠다”고 반박하자 당시 상황을 떠올리는 듯 눈동자가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재판이 진행되는 1시간 여 동안 두 손을 모은채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고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등 시종 차분하면서도 담담해 보였다.
가족들 외에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단 한 번도 옮기지 않았던 정 교수는 다음 공판 기일이 공개되자 맞은편 상단벽에 붙은 달력을 보며 날짜를 확인했다.
정 교수는 재판 중 단 두 차례만 가족들이 앉은 참관인석으로 얼굴을 돌렸고 무거웠던 표정도 가족들을 볼 때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짧지만 다정한 눈인사로 가족들을 안심시키는 것 같았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신분 확인 외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정 교수는 공판이 끝난 후에도 가족들에게 잘 지내라는 듯 아련한 눈인사만 보내고 법정을 나섰다.
한편, 이날 항소심을 참관한 주수호 前 대한의사협회장은 "정기양 교수는 가장 친한 벗이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인데 이런 곳에서 그를 볼 줄은 몰랐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