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의료기기를 막론하고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지만 부족한 예산 지원과 보건당국의 까다로운 규제가 여전히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후원하고 보건복지위원회 전혜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4차 산업혁명, 환자중심의 보건의료혁신 심포지엄’에서 전혜숙 의원은 “우리나라 전체 R&D 예산이 19조원에 달하는데 보건의료산업 분야는 1조원도 못 가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정부 R&D 의료분야 투자는 바이오 융복합산업 분야가 5800억, 의료기기는 1450억에 그치는 등 1조원도 안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으로 의료산업을 육성한다고 말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외국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허가를 받지 못하는 의약품이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쉽게 통과된다"고 말한다면서 "지나친 규제는 산업에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는 명목으로 산업 종사자들이 지쳐 떨어져 나갈 때까지 버티자는 식의 태도를 견지하면 우리나라 산업은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유전체와 빅데이터 및 헬스케어 융복합 산업에 대한 논의를 위해 모인 학계 및 기업 관계자들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했다.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신수용 교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Picture Archiving Communication System)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심평원이 여기에 수가를 부여해줬기 때문”이라며 “정부 정책에 따라 산업 발전의 방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탑다운(top-down) 방식의 규제에서 벗어나 현실을 반영하는 방침이 생겨나야 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유관기관도 의료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방안을 고민하겠다고 화답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승택 원장은 “우리나라도 국가차원에서 선순환적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과 정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현장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의료산업의 억제가 아닌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고민토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보건의료연구원 이영성 원장은 “다른 정부기관과 달리 보건의료연구원의 인지도가 낮은 것을 보고 책임을 통감했다”며 “국가 보건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근거기반 의학을 선도하는 연구원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록체인’으로 환자에게 의료정보 돌려주자"
한편 이날 환자중심 보건의료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 [사진 左]는 “비트코인에 사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하면 개인 건강기록(PHR)을 보안상 우려 없이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개인이 원한다면 PHR을 가지고 여러 병원들이 진료정보를 저장, 교류하게 만들거나 개인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이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기술로 네트워크상에서 사용자들이 정보의 수정과 갱신, 저장 등에 관한 사항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거래 내용이 개방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적으로 검증이 이뤄져 보안성을 높이고 유지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은솔 대표는 “지금까지 의료는 의료계 주도 하에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의료제공 및 결과공유 과정에 적극 참여하기 원하는 ‘소비자 의료학’이 부상할 것”이라며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려면 특정 병원에 종속되지 않는 시스템의 구현과 관리가 필요한데 이 때 효과적인 것이 블록체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누구에게도 종속되지 않고 거래가 이뤄지고 증명되고 있는 비트코인처럼 PHR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되면 독립적이면서도 완전하게 개인에 의해 관리 가능한 의료정보가 탄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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