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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018년 수가협상은 결렬없이 전 유형 타결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물론 쉽지않은 상황이었다. 20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누적흑자을 두고 해석은 엇갈렸다. 공급자 단체는 수가인상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보험자 입장에서는 부과체계 개편, 고령화 및 보장성 강화에 투입될 비용을 따져봐야만 했다. 11.4%의 진료비 인상률 역시 해석의 차이가 컸다. 진료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공급자의 주장은 거셌고, 보험자는 이를 묵인하기 어려웠다. 가입자는 수가인상보다는 재정 안정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각각의 영역에서 좁혀지지 않는 논리를 펼치느라 2018년 수가협상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지난 5월31일 6개 공급자단체는 수가협상 계약을 모두 마무리 지었다. 결렬없는 수가협상을 2년간 진두지휘했던 장본인에게 그간의 심경을 들어보기로 했다.
지난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장미승 급여상임이사[사진]는 출입기자협의회와 만나 수가협상과 관련해서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수가협상 과정에서 항상 공급자의 주장만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보험자의 고민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간담회가 추진됐다.
장 이사는 “공단에 부임한 지 1년3개월이 됐다. 그 기간동안 두 번의 수가협상을 거쳤다. 공급자의 1년 살림이라고 불리는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의약단체와의 소통과 신뢰가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018년 수가계약은 20조원의 재정, 11.4%의 진료비 인상률 등 어려운 난제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전 유형 타결이 가능했던 것은 끊임없는 대화로 조율점을 찾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상 5월초 수가협상에 임박한 상태에서 진행됐던 건보공단-의약단체 간 만남은 장미승 이사 부임 이후, 1월로 앞당겨졌다. 신년 인사를 나누면서 수가협상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형태로 사전적으로 상호 관심사 및 현안을 공유했다.
특히 가입자 대표인 재정운영위원회의 의견과 공급자 단체의 입장을 적절히 반영해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교집합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했다.
장 이사는 “보험자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 관리를 잘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 반면, 건강보험의 한 축인 공급자가 원활하게 요양기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적정한 보상을 해야 한다.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말 고민이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결렬없는 수가계약 체결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냈지만, 0.1%를 올리고 줄이는 협상과정에서 ‘무의미한 밤샘협상’이라는 문제도 생겨났다.
협상의 연속성을 인정받아 5월31일에서 6월1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릴레이 회의는 점점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도 수가협상은 6월1일 새벽 5시에 종료됐다.
이와 관련, 장 이사는 “2019년 수가협상부터는 계약 체결 종료시점을 새벽 2시경으로 조율해 보고자 한다. 협상 차수를 줄이기 못하면 조금 더 일찍 시작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라도 시간을 규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급자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벤딩 선 공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한선을 규정할 경우, 공급자 단체 간 제로섬 게임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벤딩 외 가능한한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덧붙였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진료비, 총액계약제 도입 ‘고심’
“약품비, 진료비 총액계약제 도입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커다란 아젠다라고 볼 수 있다. 지금 당장 적용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 이사는 “고령화로 인해 진료비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11.4%의 진료비 증가를 확인한 상태에서 지속가능한 건보제도를 위한 방향성이 정립돼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대만의 경우는 우리나라보다 늦게 전국민 건보제도를 도입했지만 1998년부터 총액계약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면서 진료비 관리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크루그먼(Krugman, 미국)도 대만의 제도의 ‘세계 제1 건강보험’이라고 칭송한 바 있다.
장 이사는 “우선적으로 약품비 총액관리제에 대한 고민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국내 상황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11월경 연구용역이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늘어나는 노인인구, 진료비 증가율을 감안해 진료비를 전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전에 대해서도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라며 약품비, 진료비 총액계약제 도입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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