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계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한 진단 전문가시스템 개발이 시작돼 이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기록방식 및 공유표준 등 넘어야 할 산 만만치 않아 보인다.
최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2017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신규과제 중 하나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권영규 교수팀의 인공지능 개발 임상실습용 한의 진단시스템 개발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진단'이라면 왓슨(WATSON)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번 개발은 결이 조금 다르다. 해당 과제는 우선 의료진 진료가 아닌 학생들 임상실습용으로 기획됐다.
권영규 교수는 "학생들이 임상실습에서 사례별 지식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도구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예를 들면 소화불량-기허, 기체 와 같은 식으로 표현되는 규칙 기반 전문가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학을 포함한 한중일 전통의학도 신비화된 영역이 아니라 합리적·논리적 구현이 가능한 지식임을 보여주고 임상교육 개선에 기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장기적으로는 이 같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임상경험을 수집하고 보완하는 플랫폼 구축도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1987년 국내 최초로 한의진단전문가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당시 권 교수는 중의학을 비롯해 국내 임상교과서의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70% 이상의 임상교수가 만족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중풍진단 전문가시스템 및 진단프로그램 등이 개발되기는 했지만 추가적 진전이 없었다.
그는 “이번 연구과제에는 교과서 지식 외에, 20여 년 진료경험을 가진 한의사들의 사상체질의학, 동의보감 기반의 형상의학 임상지식이 적용될 계획”이라며 “지식 확장성이 뛰어난 점에서 과거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 처럼 한의학계에서 첨단기술을 도입해 진단체계를 갖추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한의학연구원 김근호 박사팀이 한의학의 진찰 방법 중 하나인 설진(舌診)에 사용될 수 있는 영상측정장치를 개발했다.
그러나 한의학 진료현장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으려면 진단의 유용성과 정확성을 입증할 수 있을 만큼의 빅데이터 구축이 필수적이다.
EMR 시스템 활용이 어려운 한의학의 경우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모으는 것 자체도 여의치 않다. 이는 왓슨 출현 이후 임상빅데이터 수집과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한의계 내부에서도 지적되고 있는 문제다.
권영규 교수는 “진료용어, 기록방식, 데이터공유 표준 등의 기반이 취약한 문제가 데이터 활용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며 “특히 한의학의 임상경험은 개인적이고 비공개적이며 경우에 따라 기록보다 경험적 기억에 의존하는 특성이 많아 충분히 지식으로 구현 가능한 내용인데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쉽지 않다”라고 짚었다.
이어 “2015년도 셀(Cell)지 논문에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한의학의 체질이나 개인차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시도를 한 바 있다”며 “주류연구인 분자생물학적 기전연구뿐만 아니라, 시스템생물학적 접근이나 양한방 공동연구기반을 다진다면 국내 한의학의 위상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이원화된 우리나라 의료의 장점을 살릴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