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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세가지 오해
김우정 경기도광역치매센터장(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 2017년 08월 03일 13시 32분 ]
새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이 몇 차례의 진통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 중 10%가 넘는 돈이 치매안심센터 설치 예산으로 편성돼 올해 중에 전국 모든 보건소마다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겠다고 한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도시·농어촌 등 각 지역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게 다양한 운영모델을 제시할 것이라 해 보건복지부의 세심한 노력이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자리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는 현 정부가 치매안심센터 전국 확충을 통해 일자리 창출 문제까지 동시에 해결하려고 한다는 의도 또한 읽힌다.
전문가들은 종전 보건소 치매상담센터 체계만으로는 효율적 치매관리사업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에서 치매안심센터 확충안을 환영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급작스러운 추진일정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인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간과할 수 있는 치매안심센터를 둘러싼 몇 가지 오해들에 대해 짚어보고 치매안심센터 확충안의 제대로 된 수립방향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첫째,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오해가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환자만 가는 곳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은 온전히 치매 조기검진에서부터 출발한다.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노인 인구를 대상으로 검진을 실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로 연계하는 것이 치매안심센터의 근본적인 기능이다.
조기검진 및 조기치료를 통해서만이 아직까지 완치가 불가능한 치매의 진행을 늦춤으로써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매안심센터는 치매를 진단받았을 때 환자와 가족이 안심할 수 있게 돕는 곳일 뿐만 아니라, 치매가 생기기 이전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하면 치매를 예방하고 치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알려주어 안심하게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사에서도 “돌봄서비스 외의 치매 예방 및 조기발견을 위한 투자도 함께 추진하겠다”는 언급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에게 치매 예방은 여전히 중요한 사안이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선 치매안심센터를 치매 예방과는 상관없는 곳이며 치매 진단 이후에야 가는 곳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범국가적 홍보를 통해 일반 국민들의 이러한 오해를 바로 잡는 작업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
둘째, 정부와 정치인들의 오해 역시 존재하는 듯 하다. 혹시나 그들이 치매안심센터만 전국에 설치하면 치매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줄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정도다.
조기검진을 통해 치매가 의심되는 경우로 밝혀졌다면 곧바로 병·의원으로 연계해 치매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치매관리사업의 핵심이다.
그러나 수도권이라는 경기도 모 지역에서조차 보건소에서 협약병원까지 왕복 세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다녀와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구태의연하게 공공의료체계를 보완하겠다고 외치고 말 일이 아니다.
민간 위주로 운영되는 우리나라 의료체계 상에서는 소위 돈 안 되는 치매관리사업에 민간 병·의원을 유인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백 개의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된다 한들 그 기능이 원활히 발휘되지 않을 것이며 수천 억의 세금이 투자된 반쪽짜리 치매국가책임제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치매안심센터에 관한 논의 어디에도 수년 전에 정해진 채 인상되지 않고 있는 치매협약병원의 수가 현실화 방안 등은 눈에 띄지 않는다.
셋째, 전문가들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오해가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종전 치매지원센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기본적으로 치매환자를 ‘지원’해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 의문이 든다. 조기에 치매를 발견하고 수년 간 일상생활기능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게 돕는 것이 치매관리사업의 목표인데, 그렇다면 목표에 맞춰 잘 지내고 있는 경증의 치매환자를 위한 ‘지원’에 환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방식도 포함시킬 수 있지 않을까.
독거로 지내시던 중 인지기능 저하로 생활에 곤란을 겪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고 근래에는 잘 적응 중이신 어르신 한 분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런 분들을 위해 치매안심센터 내에 치매환자를 위한 모종의 일자리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치매안심센터의 설치와 운영은 치매관리법에 따라 수립·시행 중인 국가치매관리종합계획의 틀 안에서 이루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에서 말하는 치매환자와 가족이 편안한 사회를 만들려면, 치매안심센터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더욱 진전된 대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세계사에 유례없는 고령화가 진행 중인 우리나라에서 치매관리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부 선진국의 사업을 옮겨오거나 정부 주도의 단발성 정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 의심을 통해 새로운 발상을 하고 이를 정책에 차근차근 적용시켜 나가는 그야말로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데일리메디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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