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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 내에서 금기시된 두 단어가 있다. 바로 ‘원격의료’와 ‘의료산업화’다. 지난 정부 시절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들이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종적을 감춰 버렸다.
원격의료와 의료산업화가 지난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보건복지부가 바뀐 정권의 눈치를 살피며 박근혜 지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행보는 청와대와 국회를 대상으로 진행된 보건복지부의 업무보고에서도 잘 드러난다.
복지부는 올해 총 4번의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박근혜 前 대통령 탄핵이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다음 달인 2월 국회 보건복지위에 보고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원격의료 확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해 취약지 국민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필요성을 강조한 내용이었다.
뿐만 아니라 국가 신성장 동력이 될 의료산업에 대한 기대감과 가능성 등이 어김없이 포함돼 있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도 의료산업의 성장률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진행된 5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에는 이 두 정책에 관한 내용이 누락됐다. 새 정부 비위를 건드리지 않기 위한 복지부의 ‘보신 보고’라는 지적이 나왔다.
3개월 후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도 역시나 원격의료와 의료산업은 없었다. 일명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는 8월31일 예정된 대통령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당 부처로부터 핵심정책을 10분 내외로 보고받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보장성 강화 방안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사실 원격의료의 경우 박근혜 前 대통령이 공식석상에 수 차례 언급했을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였던 만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화를 위해 분투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는 못했다.
의료산업화 역시 박 前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할 때마다 선물보따리를 풀 듯 보건의료 분야 수출 성과를 발표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도 한껏 고무돼 있었다.
그러나 정권 교체 이후 이 두 정책은 동력을 상실한 채 후순위로 밀려난 모습이다. 복지부 내에서는 아예 관련 단어가 언급되는 것 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복지부 한 공무원은 “정권이 바뀌었고, 그에 따른 정책 방향도 달라졌다”며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맞춰야 하는 게 공무원들의 역할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이러한 행태를 놓고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앙부처 고충에 대한 공감과 함께 정책 소신에 대한 아쉬움도 공존한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물론 공무원들에게는 정부 정책에 협조하고 추진해야 하는 책무가 있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의견을 내고 치열한 토론을 통해 더 나은 정책을 이끌어 내려는 의지도 갖춰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어 “복지부가 원격의료와 의료산업화에 대해 확신이 있었다면 이전 정부의 잔재물로 치부할게 아니라 소신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이러한 행보는 부화뇌동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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