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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논란 속에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의료계는 여전히 부족한 지역 사회 돌봄 인프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건강복지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우려를 드러내왔던 의료계는 충분히 예상했다는 분석이다.
A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환자를 퇴원시켜야 하는데 퇴원 이후 환자들이 사회 복귀 전까지 지낼 시설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B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도 “인권을 위해 만들어진 법인데 오히려 환자들은 법 시행 이후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나온다”고 전했다.
보험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개정 정신보건법 시행과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이후 비자의 입원은 6월 기준 46.1%로 시행 전 4월과 비교해 15% 감소했지만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인프라는 여전히 미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6년 기준 1439개소의 정신의료기관(국공립정신병원 포함)과 비교해 사회복귀시설은 333개소에 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안준호 교수는 “제대로 된 사회복귀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가 퇴원할 경우 이들이 또 다른 위험에 빠지거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복지부에서 관련 지침을 내놓았지만 의사들은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서비스 전달체계는 환자 치료 이후 사회 재활을 돕는 복귀 시설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 지 여부에 따라 평가된다.
안준호 교수는 “사회 복귀시설의 경우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거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설은 전국에 몇 개 되지 않고 울산의 경우에는 아예 없다”고 강조했다.
WHO의 ‘Mental health at last country profile(2014)’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거주서비스(residential care) 정원이 우리나라는 4.7명으로 독일(34명), 이탈리아(33.4명), 일본(15.2명), 호주(10명)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준호 교수는 “사회 복귀시설 관련 인력 확보도 충분히 필요하다. 이런 인프라 구축은 갑자기 이뤄질 수 없다”며 “안정적으로 탈수용화를 시행한 국가의 경우 이전에 충분히 제대로 된 준비를 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우리나라는 충분한 준비가 없는 상황에서 법부터 만들어 진퇴양난이 됐다”며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 확충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이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