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지만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나라 의료기기 시장의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매출 확대를 위해서는 해외 진출이 필수적이다. 정부도 허가·인증절차를 대행해 가며 적극적인 지원을 펼친다.
그러나 업체들은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데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기술력만 있으면 넓은 세계 시장에서 승승장구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진단키트 5종에 대한 미국 FDA 허가를 받고도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나노엔텍의 고민도 이와 비슷했다.
나노엔텍 정찬일 대표는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랩온어칩을 활용해 다양한 질병을 진단할 수 있게 만든 ‘프랜드(FREND)’는 기술과 제품성 측면에 있어 의료현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라면서도 “그러나 뚜렷한 초점 없는 시장 공략으로 매출 부진을 겪었다”고 자사 제품에 대해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프랜드는 전립선‧남성호르몬‧갑상선 등의 질병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키트다. 미국 거대 의약품 유통기업 멕케슨(McKeseeon)과 계약을 맺으며 영업이익 증대를 노렸지만 연간 영업손실은 커지기만 했었다.
개발자 출신으로 회사를 이끌게 된 정찬일 대표는 “상품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해야 할 점이 뚜렷할텐데 그게 아닌 만큼 답답했다”며 억울한 마음이 컸다고 소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뜻밖에 부딪힌 벽은 유통구조 문제였다. 수만 종류에 달하는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업체에게 판매를 맡기다 보니 오히려 제품을 알릴 기회가 적었던 것이다.
“좋은 상품만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막상 해외에 나가보면 넓은 시장 규모만큼 다양한 경쟁자가 있다. 의료기기도 다른 상품처럼 수요층을 분석하고 좋은 딜러를 찾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국내 대부분의 의료기기 업체들이 스스로 생존 전략을 짜는 것이 쉽지 않다. 정부가 각종 지원정책을 펴고 있다고 하지만 제품에 맞는 판매 전략을 세우는 것은 결국 자사 몫인데 정보를 수집하고 계획을 실현할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 대표는 “일정 규모를 확보해 기반을 다지지 않고 해외 진출에 무리하게 뛰어들면 실패하기 쉬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가 고안한 탈출구는 ‘명품화’였다. 진단키트는 제품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많이 노출시키기보다 수요가 있는 곳을 공략하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생각 아래 많은 수수료를 내야 하는 대형 유통사를 과감히 포기하고 판매가를 높였다.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병원을 중심으로 판매처를 늘리고 시너지 효과를 위해 비슷한 진단키트 제조 기반과 유통망을 확보한 업체와의 연계를 택했다”고 말한 정 대표는 “이르면 3분기, 늦어도 올해 안에 체제 정비를 완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나노엔텍은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에서 흑자 전환을 기록했고 2분기 영업이익도 4억7000만원의 흑자를 냈다. 지난해 86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을 생각하면 빠른 회복세다.
정 대표는 “매출은 줄었는데 수익은 오히려 늘었다. 조직을 개편하고 품질 개선을 통한 판매가 인상 전략이 통한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매출 확대를 위한 덤핑 판매를 지양하고 보험 제도가 서로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전략적 노력을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안팎으로 경쟁이 치열한 의료기기 시장에서 중소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데스밸리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브랜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나노엔텍 또한 2011년경 다국적 기업 바이오라드(Bio-Rad)를 상대로 특허소송에서 승리한 결과 셀 카운팅 관련 칩으로도 매출 향상을 거둘 수 있었다.
정 대표는 “브랜드 입지를 세우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생존을 위해서는 기술력은 당연히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좋은 딜러를 만나고 OEM 판로를 개척하는 등 시장에서 회사와 제품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