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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영상진단 의료기기 시장 가운데 X-Ray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꽉 쥐고’ 있는 영역 중 하나다. 역사가 오래된 기업이 많을 뿐만 아니라 상향평준화된 기술력을 통해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에 의하면 국산제품이 디지털 X-Ray 시장의 68.5%, 아날로그의 경우는 92.9%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X-Ray 생산 업체들의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외 진출은 물론이고 국내 경쟁도 만만치 않다는 게 현장의 의견이다.
국내 진단용 X-Ray 전문업체 중 하나인 리스템도 50년 역사를 지켜오며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활발히 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리스템 최선희 경영이사는 “의료기기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포화상태에 달한 시장 속에서의 치열한 경쟁이 피부로 먼저 느껴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스템은 영상진단장비 중에서도 X-Ray 라인업을 주로 제조·판매해 왔다.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X-Ray 자체 제작을 시작했다.
디지털 및 모바일 X-Ray 제품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탠드와 테이블 두 가지 모드로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 DR(Digital Radiography)로 특허도 받았다.
최선희 이사는 “X-Ray만 놓고 얘기하면 기술력으로는 어느 기업과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이 있다”며 “중동과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에 다방면으로 판로를 개척해 해외 바이어들의 인지도도 확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시장의 포화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의료기기산업의 1% 규모에 불과한 우리나라 시장에서 30여개가 넘는 업체들이 비슷비슷한 제품으로 경쟁하는 상황이다.
최 이사는 “상급종합병원과 1차의원 사이의 중간급 의료기관을 점차 찾아보기 힘든 것처럼 의료기기 제품도 양극화되고 있다”며 “개원가에서 제품을 고르는 기준은 무조건 저렴한 가격이다. 기기들의 기능은 서로 유사한 수준이므로 결국 매출을 위해서는 가격을 두고 싸워야 하는데 이에 따른 업체들의 피로도가 상당하다”라고 토로했다.
대형병원에서는 고가의 해외 제품이 선호되고 중소병원은 경영이 어려워지다 보니 결국 기술보다는 제품 가격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힘들기는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 이사는 “중동과 러시아는 원유 가격으로 인한 불경기라는 변수가 있어 최근 부진했고 중국 지사는 철수했다”며 “공장을 지어놓고 (중국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원하는 기술을 베끼고 나니까 쫒아내더라”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기기를 달랑 한 대 주문해서 분해한 뒤 카피캣(copycat·유사품)을 만들어내는 식이니 제품 종류가 몇 없는 작은 업체들은 대책이 없다”며 “조금이라도 새로운 기기를 선보이면 대놓고 ‘이미 특허받은 제품이냐’고 물어보니 중국은 전시회에 나가는 것도 꺼려진다”고 덧붙였다.
분야를 막론하고 국내서도 카피캣의 양산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시장을 지켜본 최 이사의 입장에서는 장수는커녕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될 수도 있는 방식이다.
최 이사는 “우리 회사 또한 치과용 기기나 동물용 X-Ray 제품 등 사업 확장 기회가 많았지만 너무 일찍 시도했다 실패하거나 도전하지 않아 뒤쳐진 부분이 있다. 결국 부진을 극복하려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영세업체들은 저가 판매 공략만을 계속하다 보면 발전에 뒤쳐질 뿐만 아니라 경영 차원에서도 내상을 입고 유지가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품질을 통한 승부는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