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기술 발전으로 국내 병원시스템의 디지털화가 촉진되고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생산되는 의료데이터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안 강화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다. 현 정부에서는 강력한 규제를 통해 의료정보 보안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이 때문에 연구에 활용돼야 하는 데이터들이 사장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개념의 보안시스템이 등장했다. ‘블록 체인’이 바로 그것이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중 하나인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활용 되는 기술이다. 특정 사용자들이 금융거래를 하거나 정보를 교환할 때는 행위를 기록하는 거래장부가 필요하다. 네트워크상에서 이 거래장부를 모든 사용자가 나눠 가지는 개념이 블록체인 기술의 원리 중 하나다. 일정 시간마다 오류가 수정되고 새로운 정보를 더한 이력이 갱신되는데 이때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각 참여자의 승인이 필요하다. 즉, 거래내용이 개방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계속적으로 검증이 이뤄져 보안성을 높이고 유지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이미 금융권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 및 상품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블록체인 도입 현황 이미 블록체인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발히 적용되고 있다. 제일 먼저 관심을 기울인 곳은 금융권이다. 인증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보안성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금융당국 및 국내 증권사들은 10월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인증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블록체인 인증체계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증권사는 총 18곳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블록체인 공동인증 앱을 연계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인증이 도입되면 인증서 유효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증권사가 제3의 기관을 거치지 않은 독자적 인증체계를 제공하기 때문에 수수료도 기존 대비 10분의 1 가량으로 줄어든다. 개인정보보호 방안도 별도로 마련돼 사용자 편의가 증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유통망에도 블록체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최근 삼성 SDS는 해양수산부 및 관세청이 민관연 합동으로 구성한 해운물류 블록체인 컨소시엄이 실시한 시범 프로젝트 중간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컨소시엄은 부산항에서 중국 청도와 대련으로 향하는 현대상선과 남성해운의 수출 물량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결과 높은 수준의 암호화로 수출입 관련 서류의 위변조 가능성을 차단해주는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선하증권 등은 물류와 관련된 업무문서와 화물 위치정보를 관계자 모두와 실시간 공유함으로써 업무 처리가 빨라지는 결과도 얻었다. 삼성SDS는 “향후 추가 프로젝트를 통해 무역 및 해운물류 관련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제조업과 금융권 등 타 산업 분야에도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산업과 블록체인 동일한 원리로 의료산업 내 인증업무와 의약품 유통관리에도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높은 보안을 요구하는 의료데이터 특성상 이를 보장해 줄 수 있는 신기술은 업계의 관심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초부터 왓슨을 개발한 IBM이 FDA와 함께 모바일 및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헬스케어 데이터와 EMR, 임상시험, 유전체 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기술 적용 연구에 착수했다. 일리노이주 등 일부 지역 내에서는 자체적으로 의료시스템의 블록체인화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보험청구와 진단서 발급 등 주로 의료기관 수납 업무와 관련된 분야의 솔루션이 먼저 시도되는 중이다. 보험금 청구와 관련해서는 교보생명이 ‘스마트보험금 청구 업무’와 ‘스마트 스크래핑’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보험금 청구업무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의무기록 사본 발급 및 보험 청구를 자동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현재는 교보생명 보험에 가입한 본사 직원 100명을 대상으로 30만원 이하 청구건 가운데서만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차후 적용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스마트 스크래핑은 특정 사용자가 가입한 모든 보험정보를 한데 모아 보장분석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험의 과도한 보장이나 불필요한 가입 강요 등의 비효율적인 요소를 없애주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벤처기업 가운데서는 써트온이 의료정보시스템 전문 솔루션 업체인 포씨게이트와 함께 의료분야 전자문서 유통 생태계 조성을 위한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컨소시엄 구성과 더불어 국내 주요 대형병원과의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분산장부시스템을 통해 보험금 청구와 유사하게 진단서 및 의료내역서 등의 각종 종이문서 및 사본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문서 유통에 대한 이력관리를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목표다. 써트온 김승기 대표는 “매월 100만 건 이상의 의료제증명 관련 문서가 소비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종이 없는 사회 구현이라는 정부시책에 부합할 제증명시장의 혁신적인 플랫폼이 구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연말연시 증명서 발급민원이 폭주하는 상황에서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병원으로 향하는 길 아직까지는 국내 의료기관 가운데서 보안·인증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사례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써트온이 일부 대형병원과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병원명이나 진척과정을 밝히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병원 인증업무의 보안 수준은 지금도 높은 편이므로 블록체인 기술을 서둘러 도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진료정보는 환자의 민감도가 높은 만큼 선례가 충분 하지 않으면 플랫폼이 전면적으로 바뀔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높은 보안성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보 유출과 변형 문제는 우려되는 사안 중 하나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해킹이 어렵지만 블록체인을 적용한 플랫폼에 연결되는 다른 시스템의 해킹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보안 우려는 어떤 시스템이든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국내 블록체인 전문기업 메디블록 이은솔 대표는 “정보유출과 변형은 주로 사용자의 의도적인 해킹 및 내부자 실수 등으로 부터 비롯되기 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데이터 훼손 검증과 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술 자체의 결함으로 인한 걱정보다는 사이버범죄를 더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