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신의료기술평가 제도 개선의 차원에서 문헌적 근거가 부족한 의료기술의 경우 가치기반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새로운 절차를 발표하고 시범평가에 나섰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이중적 규제가 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을 막는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하 NECA)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 김석현 본부장은 지난 15일 개최된 ‘신개발 의료기기 시장진입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공청회’에서 “문헌적 근거는 미약하지만 사회적 요구에 의한 건강보험 도입 여부 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의료기술이 존재한다”며 신의료기술평가 시 가치판단 적용이 필요함을 밝혔다.
예를 들면 안면이식의 경우, 관련 연구가 적어 신의료기술 평가 시 필요한 문헌적 근거가 없다시피 했으나 선천성 기형이나 조직 결손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있어 안전성 및 유효성 근거가 있다고 판단돼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바 있다.
실제로 NECA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친 결과, 제한적이기는 하나 대체기술이 없는 경우 가치평가를 통한 신의료기술 인정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건의료시스템 차원뿐만 아니라 환자와 의료인, 산업적 관점에서의 다양한 가치를 고려한 평가체계를 만들어 적용한다면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은 최신 기술이라도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석현 본부장은 “가치평가에는 ▲질병의 심각성 ▲대체기술 유무 여부 ▲삶의 질 등 다양한 평가항목이 설정된다”며 “의료인과 환자·시민단체, 의료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신의료기술 가치평가 소위원회를 구성해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가 종료된 신의료기술에 대해 가치평가를 거친 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최종심의를 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가치’로 인해 신의료기술로 심의된 경우 3년 후 재평가하는 것을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권고한다.
NECA는 이 같은 모델을 구축해 현재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은 바 있는 기술들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범평가를 진행하고 가치평가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업계는 이 같은 제도 개선은 고무적이라는 의견을 보이면서도 신의료기술 평가가 여전히 이중적인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A업체는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경제성평가 등을 시행하고 있는데 신의료기술 인증에서 사회적 요구나 질병의 심각성 같은 항목이 또 다시 요소로 작용하게 되면 평가를 이중으로 받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기관 간 업무가 분담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B업체 관계자도 “외국에서는 신의료기술 인증 여부가 권고 수준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강력한 행정업무의 일부”라며 “행정절차에 주어지는 이의신청과 소명 기회도 신의료기술 평가에는 없다. 또 다른 규제를 받고 있다는 생각에 소외감이 든다”고 말했다.
김석현 본부장은 “의료기술 평가는 원래 학문적 차원의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국내 신의료기술평가는 진입을 결정하는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신의료기술평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로 회귀하기는 어려운 노릇이며 이번 개선은 의료기술의 가치가 명확히 드러나고 평가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보건복지부 보험평가과 장태영 사무관은 “가치기반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업체에 새로운 부담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장태영 사무관은 “새로운 의료기술의 경우 국내에 도입되지 않으니 당연히 임상 근거를 쌓기 어려워, 가치평가를 통해 이를 해소해주고자 하는 것으로 산업계에는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한다”며 “AI나 3D프린터와 같은 연구문헌을 갖추기 힘든 신의료기술에 대한 체계적 평가를 위한 제도 보완으로 알아줬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