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심사하려던 64조원 규모의 보건복지부 예산은 국회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정부안 그대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복지위 여야 간사는 지난 13일부터 예산안 의결을 위한 합의에 들어갔으나 끝내 불발, 식품의약품안전처 예산안만 처리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분야가 아닌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이었다.
이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 신경전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초연금은 내년 4월부터, 아동수당은 내년 7월부터 지급되는만큼 표심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신경전이 상임위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복지 포퓰리즘'을 둘러싼 당 차원의 충돌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당초 복지부가 편성한 내년도 기초연금 예산안은 9조 8,198억여원이다. 기존 만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20만원씩 지급하던 것을 내년 4월부터 25만원으로 인상한다.
이번에 신설된 아동수당은 내년 7월부터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을 지급한다. 대상 아동수는 253만4473명이며 1조 1,009억여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우선 자유한국당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지급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복지위 한국당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통화에서 "기초연금을 내년 4월에 지급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여러 논의과정을 생략하고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관련 법안이 먼저 통과가 돼야 하고, 거기에 따라서 예산을 논의해서 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아동수당법과 기초연금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관련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러한 논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주겠다고 발표하면 국회에서 하는 법안심의는 형식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득분위별로 기초연금이나 아동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는 양극화 해소를 주장하고 있는데,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은 양극화 해소가 아니라 양극화 유지다"라고 꼬집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기초연금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각 당의 공약사항이었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아동수당도 양육비 부담을 줄이고 아동양육에 대한 국가책임성 강화차원에서 필요하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당은 기초연금 인상과 아동수당 지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여당에서 수용할 수 없다며 굽히지 않아 합의는 결국 불발됐다.
국민의당은 우선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 역시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어 내년 지방선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만, 그간 기초연금-아동수당 추진에 앞서왔던만큼 이제와서 강하게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이날 김동철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의 예산 정책을 두고 "첫 단추가 잘못 끼워져 힘들다"고 토로한 것에서도 엿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아울러 "경제사회복지 정책을 단 몇 개월 만에 해결하려는 정부가 어디 있느냐"며 "생색은 정부,여당이 내고 자유한국당은 무조건 반대만 해 책임 있는 대안은 국민의당이 모색하는 현실"이라고 언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