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원자력의학원 분원 설립이 당초 계획과 달리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변으로 물망에 올랐던 중부권원자력의학원은 사실상 노선이 변경된 상황이고, 서남권원자력의학원은 내부 타당성 조사 등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될 전망이다.
방사능 재난 대응 의료체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지는 상황이고,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 및 치료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추가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일부 지자체의 주장이 거셌지만 셈법은 각자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구 신동지구 일원에 설립을 추진했던 중부권원자력의학원은 ‘라온바이오 융합의학연구원’으로 사업계획이 변경됐다. 기관의 이름 자체가 변경된 것은 큰 틀에서 방향성이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초 대전시는 암 등 중증질환자를 치료 및 연구할 수 있는 거점병원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원자력의학원 분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300병상의 암 전문병원 설립도 검토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병원 설립은 무산됐고 중이온가속기 활용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전문기관을 만들겠다는 입장으로 사업계획을 전환한 것이다.
시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유성구 신동지구 일원에 중부권원자력의학원 설립을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병원을 설립해 기존 병원들과의 경쟁을 하는 것보다 대덕단지 인프라를 활용해 중이온가속기 사업화 모델을 만드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밝혔다.
이는 방사선 재난 대응 및 암 치료 전문 의료기관이 아닌 치료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연구소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과 중복되는 영역을 최소화하고 중이온가속기 치료 시 병상활용 등 논의가 추후 이어질 것이라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원자력의학원 분원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 경영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 사업성 자체가 떨어진다는 의견이 반영됐다는 설(說)도 제기되고 있지만, 관련 내용에 대해 시 차원의 명확한 답변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대전시가 노선을 변경해 추진 중인 라온바이오 융합의학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으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까지 약 5000억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라남도는 서남권원자력의학원 설립을 새해업무 보고 안건으로 올려 발표한 상태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이미 10년이 넘게 설립이 타진됐지만 지지부진하다가 올해는 성과를 도출해 내겠다는 포부다.
전남도는 서남권에 국내 원전의 29%가 존재하며 중국 원전 위험에 상시 노출된 원자력의학원 분원으로 적합하다는 근거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암 환자 중 상당수가 수도권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으며, 원자력시설에 대한 테러 및 사고 시 방사선 피폭환자의 응급진료와 체계적 대응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미흡한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전남도 지역구 의원들의 공약으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으나, 검토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조만간 유치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서남권원자력의학원 설립 방향성을 명확하게 할 것이다. 연구 예산도 확보됐으니 근 시일내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병상 수나 연구소 규모 등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다. 연구가 마무리되면 그 근거를 토대로 진행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짧게 답변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의학원은 본원임에도 불구 분원 설립 추진과정 등에 개입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 이유는 지자체 및 지역구 의원 중심으로 분원 설립을 진행하고 있으며, 상위기관인 과기정통부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분원 설립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본원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 미흡한 수준이다. 아무래도 초기단계이다보니 적극적 의견교류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추후 어떤 변화가 생길지 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