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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달갑지 않은 관심이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후 ‘중소병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늘었다. 소방시설은 물론 인력기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소병원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여론은 비난 일색이다. 예상대로 정부는 외양간 고치기를 선언했다. 여론에 떠밀리듯 중소병원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대한중소병원협회 이송 회장의 찹찹함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숲 대신 나무만 보는 여론도 원망스럽고, 실상을 알면서도 안면을 몰수하려는 정부에 여간 서운한 게 아니다. “계속 병원을 운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쉬는 긴 한숨은 체념에 가까웠다.
이송 회장을 만난 시점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소병원에 대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추진을 발표한 다음 날이었다.
잔뜩 격양돼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그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윽박도 질러보고 사정도 해봤지만 달라진 게 없는 현실을 먼저 개탄했다.
“이번에도 모든 비난과 책임은 고스란히 중소병원들의 몫이 되고 있습니다. 병원이 잘했다는 게 아니라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들여다 봐야 합니다.”
거듭되는 경영난과 인력난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중소병원 현실을 외면해온 정부도 이번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송 회장은 “이번 화재는 지방 중소병원의 열악한 현실에서 비롯된 예견된 참사였다”며 “정부는 이제 각종 규제 강화를 통해 그 책임을 병원들에게 지우려 한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추진에 대해서는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스프링클러를 만병통치로 여기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번 세종병원 참사도 그러했듯 화재 희생자 대부분은 불이 아닌 연기에 의해 피해를 입는 만큼 스프링클러만 있으면 된다는 식의 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병원에서 스프링클러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환자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스프링클러가 아닌 화재 확산과 연기 차단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방화문 설치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대구 신라병원 화재에서도 방화문의 중요성이 확인됐잖아요. 무조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 보다 방화문을 보강하는 쪽이 훨씬 합리적인 방향입니다.”
이와 함께 방독면 비치를 대안으로 내놨다. 화재 피해의 주된 원인인 유독성 가스로부터 안전한 대피를 돕기 위해 각 병동에 방독면을 비치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내연재 사용 및 정기적인 시설안전점검 등을 통해 사전에 화재에 대비하려는 병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프링클러가 결코 능사는 아닙니다. 방화문 설치와 방독면 비치, 정기점검 등을 통해 화재에 대비하는 한편 초동대처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도 수반돼야 합니다.”
“저수가‧인력난 쉽게 해결 안되면서 자포자기 심정”
이송 회장은 중소병원을 둘러싼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가장 먼저 건강보험 수가계약 방식을 지목했다. 그동안 진행돼 왔던 수가계약은 협상이 아닌 통보에 의한 것으로, 매우 불합리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모름지기 계약이라 함은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과 논의를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건강보험 수가계약은 보험자인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1% 남짓하는 인상폭 결정도 오롯이 정부의 몫일 뿐 계약 당사자인 의료 공급자들은 어떠한 권한과 영향력을 가질 수 없는 기형적 협상 방식에 대한 불만이었다.
“작금의 수가계약 방식은 명백한 적폐입니다.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죠. 지속적으로 문제를 지적했지만 개선된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인력난 역시 힘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현재 상당수 중소병원들이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중소병원들은 궁여지책으로 간호인력에 간호조무사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간호대학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청도 매번 묵살됐다.
“현재 전국 중소병원에서 부족한 간호사 수는 4만명에 달합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병원에는 일자리는 넘쳐나는데 사람이 없는 상황입니다.”
의료질평가지원금 제도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지나치게 상급종합병원에 치중되고 있어 중소병원들은 지원금에 소외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실제 2017년 의료 질 평가결과 43개 상급종합병원 중 30곳이 1등급을 받았고 나머지 13곳도 2등급으로 분류됐다. 반면 종합병원은 여전히 다수 기관이 등급 제외 판정을 받았다.
“의료질평가지원금 상급종합병원들을 위한 선택진료 보상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과 같은 평가구조에서 중소병원이 지원금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