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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국가 책임을 묻는 첫 판결이 나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로 감염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그동안 메르스 감염자 본인 혹은 유족들이 국가나 병원을 상대로 많은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항소4부(재판장 송인권)는 30번째 메르스 감염자인 이 모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는 1년 전 증거 부족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배치되는 판결로, 재판부는 “정부가 원고에게 10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씨는 2015년 5월 오른쪽 발목을 다쳐 대전 소재 대청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보건당국의 감염경로 추적결과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로부터 감염된 16번 환자가 오한, 기침 등 증세로 대청병원을 찾았고, 이씨와 같은 병실에 입원하면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정부가 메르스 관리를 부실하게 해 감염됐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은 국가의 책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질병관리본부가 서둘러 대처했다면 메르스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정부 대책이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2015년 5월 1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1번 환자에 대한 메르스 의심 신고를 받은 질병관리본부가 즉각 진단검사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가 다녀온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삼성서울병원이 재차 검사 요청을 하자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가 모두 음성으로 나오면 검사하겠다”며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결국 1번 환자는 약 2주가 지나서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재판부는 “검사 거절과 지연으로 의심환자 신고 후 약 33시간 뒤 검체를 채취하는 등 과정에서 보건당국은 접촉자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질병관리본부가 1번 환자가 거쳐 갔던 병원을 정밀하게 조사하지 않은 책임도 물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는 1번 환자가 거쳐 간 병원 중 2박 3일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해 ‘병실에만 머물렀다’고 판단, 의료진과 같은 병실 환자 등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1번 환자가 병실 안에만 머문 게 아니라 채혈, 검사 등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등 병실 밖을 수 차례 이동했다”며 보건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했다.
아울러 “역학조사관이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같은 층 입원환자나 보호자는 접촉자로 분류돼 원고가 감염되기 전에 16번 환자를 격리 치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