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 공모절차가 한창인 한국원자력의학원 내부적으로 첨예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곳곳에 살얼음판이 끼어있는 모양새다.
원자력의학원은 내정된 인사 없이 채용비리 연루 건 등으로 자리를 내려놓온 최창원 前 원장의 공석이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생기면서 황상구 방사선의학연구소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변했다.
그러나 3개월도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조직개편이 이뤄졌고, 이 결정을 두고 내부 반발이 거센 상황에 놓여있다.
최근 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과학기술특성화병원 구축을 위한 연구소 조직 개편안’이 나왔고 3월부터 시행됐다. 여기에는 의료용중입자가속기사업단과 방사선의학정책개발센터를 폐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황상구 직무대행의 행보를 두고 원자력의학원 의사협의회는 즉각 반발했다. 연구소 조직 개편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원자력병원이나 방사선비상진료센터 관계자들과의 협의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독단적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원자력의학원 의사협의회는 “과학기술특성화병원 구축을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를 비롯한 병원의 연구 자원을 활용해 연구성과를 융합할 수 있는 조직 개편이 필요한데, 연구소 중심으로 조직이 바뀌면서 의사들의 역량을 약화시켰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폐지된 의료용중입자가속기사업단장, 방사선의학정책개발센터는 원자력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김미숙 과장이 겸직하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의학원 내 굵직한 조직 중 의사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방사선의학정책개발센터 내 홍보팀을 의학원 기획부로 이전했는데, 홍보실장직도 김미숙 과장이 맡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내부적으로 그는 이번 조직개편의 희생양이 됐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김미숙 과장은 “소통을 통한 조직개편이 이뤄져야 하는데 직무대행 체제에서 갑작스런 변경이 있었다는 점은 다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와 비의사 간 갈등구조로 번지고 있는데 실상은 연구직, 행정직들도 불만이 많은 조직개편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중입자가속기사업단의 경우는 서울대병원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축소 또는 폐지 수순을 밟아야 했지만, 그 외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상황 속 차기 원장공모에 참여한 그는 “연구와 진료를 모두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과학기술특성화병원으로 변화하고 나아가 발전적 방향의 원자력의학원을 만들 수 있다. 병원과 연구소의 업무를 총괄해 잘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 직무대행 “병원과 연구소 동시 성장 위한 조치"
조직개편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황상구 직무대행도 입을 열었다.
황 직무대행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병원의 역량을 축소시키겠다는 목적을 두고 진행한 조직개편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선 중입자가속기 지지부진해지면서 사실상 인력이 필요없게 됐는데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나가고 있다는 정부 및 국회의 지적도 있었고, 사업이 이관되는 과정이라 폐지가 마땅했다”고 밝혔다.
이어 “기획과 정책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형태로 효율적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방사선의학정책개발센터를 폐지했고 홍보팀 역시 기획부로 이전시켰다. 이 부분은 조직체계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다. 큰 문제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조직개편에 대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가중된 상태임을 인지하고 있지만, 업무상 효율이 떨어지는 절차를 축소하는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었다는 주장이다.
황 직무대행 역시 차기 원장 공모에 참여했으며, 효율적 근무형태와 의학원의 성장을 목표로 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금까지 의학원장은 의사 출신만 가능하다는 전통이 있었지만 발전을 위해서는 그 틀을 깨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소장 출신으로 연구소만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병원과 연구소가 동시에 성장하는 방향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