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학 양성 꿈 실현 위해 강단 서겠다"
그는 항상 유쾌하다. 언제 어디서나 인상을 쓰는 법이 없다. 높은 자리에 올라왔어도 위치에 대한 허세 또는 무게감은 드러내지 않는다. 낮게 더 낮게 고개를 숙인다. 그도 불쾌한 감정이 드는 일이 한두번 이겠냐만은 웃음으로 감정을 승화시키는데는 타고났다.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어쩌면 이런 그의 모습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 다소 경직되고 위계질서가 철저한 곳이기에 무엇인가 튄다는 느낌도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날카로운 모서리를 깍으면서 둥글게 만들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했던 것이다.
누구나 어느정도 위치에 서면 그 만큼의 무게감을 드러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무게를 줄이면서 안정감을 얻게 하는 것이 더 어려울 터. 그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떠나는 건보공단 김필권 기획상임이사[사진]를 만났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그는 여느때와 달랐다. 물론 평상시처럼 웃고 있었지만 눈시울은 붉게 젖었다. 아무래도 10일 퇴임식까지 마치니 복잡한 감정이 드는 모양새였다.
자그마치 30년이 넘었다. 1987년 입사 후 단 한번의 외도없이 올곧이 한 직장에 있었다. 평사원이던 김필권은 어느덧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퇴직자로 변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제도로 거듭났다.
“돌이켜보면, 복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전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험이 확대되는 시절에 들어와 8000~9000명의 동기가 있었던 셈인데 진급도 빨랐고 평사원이 오를수 있는 최고의 위치까지 올랐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큽니다.”
실제로 그는 아산군 의료보험조합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건보공단 경북북부지사장, 자격부과실장, 대전지역본부장 등을 거쳐 2015년 기획상임이사직을 맡았다. 현 김용익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에는 이사장 직무대리도 겸직했다.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건보공단의 살림살이를 책임지고 경영목표를 세우는 일이 바로 기획상임이사가 해야할 업무다. 그러한 측면에서 그는 꽤 큰 성과를 거뒀다. 문재인 케어 도입 바로 직전, 보장성 강화라는 핵심가치 실현에 많은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20조원이 넘는 건강보험 누적흑자, 당기 7077억원의 흑자를 달성해 문 케어 재원조달에 큰 걱정을 덜도록 물밑작업을 치열하게 벌였다. 건보공단의 숙원과제였던 부과체계 개편 역시 그가 기획상임이사로 재직하던 시기에 진행된 일이다.
“모든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만들어낸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수 있도록 응원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주력했습니다. 그래야만 더 발전적인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죠.”
그는 많은 직원들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원주본부에서 퇴임식 마친 후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집으로 복귀했다.
“건강보험 조력자로 변화 과정도 즐길 것”
이제 전(前)이라는 타이틀이 붙게된 김필권 기획상임이사는 문재인 케어, 전면 급여화라는 패러다임 변화 속 김용익 이사장과 본인 후임자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리며 “항상 응원하겠다”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 당부했다.
그가 재직하던 시기는 굵직한 변화를 준비하는 단계였고, 현재는 실행단계에 접어든 상황으로 더 많은 고민과 개선방안을 내놓아야만 안정감있는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현직에서는 떠나지만 건강보험의 조력자이자 팬으로 전면 급여화의 물결을 응원하며 지지할 것입니다. 지난 30여년간 건강보험과 함께 살아왔기에 퇴직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부분이죠. 김용익 이사장은 관련분야 최고 전문가로 국민은 물론 보건의약계 공급자의 만족도도 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1957년생으로 만 60세인 그는 건강보험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교수의 꿈을 꾸고 있다. 제2의 인생은 상아탑에서 새로이 그려보겠다는 심산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방대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고위직 출신 교수임용 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보다 쉬운 건강보험을 알리는데 일조하겠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아직 정해진 학교는 없습니다. 6월경 교수임용 건이 결정될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 승인이 되면 아마도 가을학기부터는 대학 교단에 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재밌으면서도 심도있는 강의를 펼치고 싶습니다.”
그는 30여 년 간 정든 건보공단을 떠나며 "건강보험을 응원하는 조력자로 후학 양성에 제2 인생을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