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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해진 대학평가 파급력이 대학병원까지
전임교수 진입 문턱 높아져, “진료·연구 이중고에 만년 임상교수 우려"
[ 2018년 04월 24일 12시 22분 ]

최근 몇년 전부터 주요 대학이 전임교수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파장이 대학병원에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국내 유수의 대학교들이 각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학술지 영향력 지수인 IF( impact factor)에 경쟁적으로 매달리기 때문인데 전임교수 숫자가 분모로 매겨지다 보니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대학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전임교수 숫자 대비 IF가 높을수록 좋은 성적을 얻는다. 당연히 전임교수가 적을수록, 즉 분모가 작으면 유리하다.
 

전임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교수들은 사학연금이나 건강보험, 정부부담금 등 국가로부터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다.
 

서울 Y대학병원 외과계열 A교수는 “전임교수가 되면 정년 보장을 비롯해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는 반면, 임상교수는 2년마다 병원과 재계약을 하는 형태”라며 “고용이 불안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4~5년 전부터 각 대학에서 전임교수를 줄이고 있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며 “게다가 IF가 높은 논문을 강요하다 보니 진료만 해도 모자란 상황에서 연구에도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대학교 총장이나 단과대학 학장은 학생 교육병원에 속한 임상의사 가운데 교육, 연구에 기여하는 교육지도자를 자율적으로 전임교원으로 발령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그는 “이전에는 비교적 전임교수 문턱이 높지 않았는데 이제는 전임 조교수가 되려면 4~5편의 SCI 논문을 제출해야 한다”며 “연구비 수혜를 위해 각 대학이 매달리는 동안 일선 교수들의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모든 것이 정량화되고 그로부터 얻어진 숫자에 따라 서열이 매겨지면서 일선 대학병원에서도 곧바로 체감하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인센티브 제도 등을 통해 전임교수와 임상교수 모두 존중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임상교수에 대한 법적 지위가 안정돼 있지 않다 보니 왜곡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 K대학병원 외과계열 B교수는 “병원 내에서는 임상교수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차별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진료에 대한 압박감도 사실상 엄청난데 앞으로는 논문에 대한 부담감이 더해질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의대 부속병원 소속 임상교수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의대 실습교육에 참여하지 않거나 연구실적이 부족한 전임교원 상당 수가 자격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맥락에서 교육부가 대학 재정지원 사업 선정을 위해 사용하는 평가지표가 계약직 교수를 양산한다는 지적은 이미 제기돼 왔다.
 

그는 “이러한 현상 때문에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전임교수를 하다가도 논문 작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임상교수로 바뀌는 사례도 있다”며 “이제 전임교수 관문을 뚫기 위해서는 진료도, 연구도 사력을 다해야 할 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 국내 의료체계 하에서는 ‘교육’으로 특화된 교수, ‘연구’로 특화된 교수는 낯선 의미로 다가온다.


B교수는 “진료, 교육, 연구 그 어떤 것도 결코 정량화할 수 없다. 하지만 대학들에 순위를 매겨 줄을 세우는 일이 당연시 되고 본질이 흐려지면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 교수들이 대학병원 내에서 설 자리를 더욱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 전임교수 숫자놀음 안돼" 비판론도 제기

다른 시각도 있다. 어떻게 보면 전임교수가 적을수록 논문 부문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확보된 전임교수 숫자도 일정 수준에 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서울 S대학병원 외과계열 C교수는 "각 병원마다 전임교원 확보 방식이 다르겠지만 단순히 숫자놀음으로 대학이 평가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임교수가 적으면 좋다는 식의 논리는 위험하다"고 잘라 말했다.

C교수는 "대학의 질평가 측면에서 SCI급 논문도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 또한 평가지표가 객관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대학병원마다 당해 TO가 어떤 상황인지도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 상당 수의 대학병원은 진료를 중심에 두고 있다.

다만 총장이나 학장은 학생교육병원에 속한 임상의사 가운데 연구실적과 학생교육 기여도 등을 평가해 총장이나 학장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제한적으로 전임교원 발령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대학들의 전임교수 축소 움직임이 갈수록 늘어날 경우 SCI 논문 등이 부족한 임상교수 상당 수가 전임교원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C교수는 "연구실적이 부족한 전임교원들이 만약 자격을 상실하게 되면 적지 않은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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