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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와 삼성서울병원, 항소한 복지부
정승원 기자
[ 2018년 12월 29일 06시 45분 ]

[수첩] 지난 2015년 메르스가 국내 보건의료계를 강타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형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은 그 중심에 있었다.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마스크를 쓰고 공포에 떨었다. 메르스 홍역으로 삼성서울병원은 병원장이 교체됐고 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재용 이사장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7개월 뒤 메르스는 공식 종식됐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였다. 정부가 메르스 확산의 책임을 물어 삼성서울병원에 지급할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12월 손실보상위원회를 통해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의 손실보상금을 확정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최초 발생기관인 평택성모병원과 함께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서울병원은 보상금 607억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손실보상위원회는 “의료법과 감염병 예방법 위반으로 손실보상금 지급 제외 및 감액 사유가 된다”고 판단했다.


이는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확산 책임을 이유로 영업정지 15일의 처분을 내리고 이를 환자 불편을 감안해 과징금 806만원으로 갈음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삼성 봐주기 의혹이 일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장고(長考) 끝에 복지부를 상대로 과징금 처분과 손실보상금 미지급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목적은 손실보상금 때문이 아닌 '명예'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직원들이 메르스 당시 최일선에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확산의 죄인, 또는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돼 충격이 컸다”며 “돈보다는 명예 회복을 해야 했다”고 밝혔다.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1년 반이 지난 올해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은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 접근 권한을 부여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접촉자 명단 제공을 제안했다. 또한 감염관리실 직원이 명단 작성을 하게 하는 등 신속히 대응했다고 볼 수 있다"며 "명단의 유형과 범위가 다르고 명단 제출 창구 단일화에 대한 소통이 원만하지 않아 이 과정에서 오해가 생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실제 삼성서울병원 측이 접촉자 명단 제출을 거부하거나 지연할 동기도 없다"며 "이를 종합해 봤을 때 삼성서울병원 측이 역학조사관들의 명단 제출 요구를 거부나 방해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확산 책임을 물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에서 패소한 복지부는 법원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메르스 확산은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취약함을 적나라하게 보인 사건이다. 감사원은 메르스 확산에 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이 공동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에 확산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삼성서울병원에 메르스 확산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다수다. 삼성서울병원이 아닌 그 어떤 병원이었다고 하더라도 당시 메르스에 제대로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메르스 확산에 가장 책임이 있는 정부 당국에 대한 징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일선 현장에서 분투한 병원과 의료진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이번 1심 선고에서 의료계의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된 판결이 나왔다고 환호했다. 일부에서는 “복지부가 항소를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안도의 시간도 잠시 복지부가 항소함에 따라 2019년에는 2심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복지부는 여전히 과징금처분과 손실보상금 미지급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계를 할퀴고 간 메르스는 삼성서울병원에 유독 아픈 상처다. 향후 재판을 통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산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고 다시 한번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1심에서 완패한 복지부가 2심에서는 어떤 논리를 펼칠지도 관심이다. 

origi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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