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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역학조사 부실, 104번 환자 유족에 1억 배상"
[ 2019년 02월 24일 17시 13분 ]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인수 판사는 지난 21일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A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A씨 아내에게 국가는 3천790여만원을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위 돈 중 66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A씨의 자녀 3명에겐 국가가 각 2160여만원씩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위 돈 중 4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A(당시 55)씨는 2015년 5월 27일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자녀를 데리고 '슈퍼전파자'인 14번 환자가 입원했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메르스에 걸렸다.


그는 그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8일 만에 사망했다.


유족은 "병원과 국가가 메르스 사전 감염 예방과 메르스 노출 위험을 고지하는 등 사후 피해확대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해 A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2015년 9월 총 1억7천200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우선 보건 당국이 1번 환자가 중동지역 방문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역학조사관들이 평택성모병원의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 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과실과 A씨의 메르스 감염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1번 환자의 동선을 따라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1번 환자가 입원한 기간 8층 병동의 입원환자는 1번 환자의 접촉자 범위에 포함되고 그에 따라 A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또 "보건 당국은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에 대한 부실한 역학조사로 14번 환자 등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김에 따라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했음에도, 삼성서울병원에서도 14번 환자 접촉자 파악에서도 부실하게 역학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서울병원이 접촉자 분류 업무를 전적으로 담당했다 하더라도 보건 당국의 관리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며 "결국 보건 당국이 메르스 위험 노출 고지 및 증상 확인 등 능동감시 의무를 불이행해 A씨가 2015년 5월 31일∼6월 7일 메르스 진단 및 치료기회를 상실하게 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병원에 대해서도 A씨를 1그룹 밀접 접촉자가 아닌 5그룹 비밀접 접촉자로 잘못 분류한 것에 대해 "CCTV 분석과 14번 환자나 그 보호자 대면조사를 생략한 채 의무기록에만 의존한 삼성서울병원의 밀접 접촉자와 비밀접 접촉자 분류가 타당한지 의문"이라며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인 점, 현재까지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고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도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해선 대증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배상금을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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