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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병원 쏠림, 의료 불평등과 중소병원 인력난 초래"
김재학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공보이사
[ 2019년 03월 25일 05시 26분 ]
[특별기고] 최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빅5병원 의료기관의 진료비 비중이 2017년 5.5%에서 지난해 6.23%로 상승, 전체적으로는 약 20% 가까이 높아졌다고 보고됐다.

2017년 기준 전국적으로 4000여 개의 병원과 6만6000여 개 이상의 의료기관(치과, 한방포함)이 등록된 통계를 바탕으로 할 때, 불과 5개 병원이 대한민국 전체 진료비의 6.23%를 차지한다는 것은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빅5 의료기관의 진료량 증가 및 쏠림은 의료전달체계 붕괴를 의미하며, 상급종합병원들의 서열화를 고착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눈에 보이는 현상 이외에 빅5병원 독식이 미치는 후폭풍도 들여다봐야 한다. 이들 빅5병원은 모두 서울에 있으며, 여타 지역 대학병원과도 진료량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이는 지방 환자들이 고급 치료를 위해 빅5병원을 찾는다는 것으로 의료의 수도권 집중이 가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라도와 경상도 등에도 암질환, 혈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충분하지만 더 나은 양질의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이들 빅5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이는 더 좋은 것을 찾는 인간 본성의 발로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책 관점에서 지방 환자가 서울로 와서 치료 받는 것은 국가적으로 비용 낭비이며, 이미 투자된 의료 자원에 대한 효율성을 왜곡시키는 이기적인 우리 자신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더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국민들을 비난할 수는 없으나, 이것을 제어해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것은 정책의 역할이다. 
 
빅5 집중은 진료비 문제와 함께 인력 문제를 야기한다. 상급종합병원은 대체로 병상당 3명정도 인력이 필요로한다. 이들 병원이 병상을 늘리고 의료 질관리를 포함한 각종 정책에 따라 인력을 수급할 때, 비수도권 의료 인력 역시 이들 병원으로 이동하는 연쇄 파급효과를 보인다.
 
수도권 선호 현상은 의료인을 포함한 모든 직군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런 효과는 지방으로 갈수록, 특히 군단위, 읍면단위 일수록, 병원 규모가 작을수록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의료이용지도를 제작하면서 도서지역은 규모가 작은 병원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수도권, 특히 빅5집중이 지속되는 한 도서(島嶼) 지역 병원 규모를 키우는 것은 인력 고용의 어려움으로 불가능하게 된다.

"환자 쏠림 뿐 아니라 의료인력 대형병원 및 수도권 집중 억제하는 정책 병행 절실"
 
특히 정규간호사를 포함한 간호인력 구인난은 도서지역을 중심으로 병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에 봉착해있다. 진료비와 더불어 인력이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도서지역 의료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있다.
 
간호인력 구인난의 주된 원인인 간호등급제는 지방의 간호인력을 수도권으로 역배분하는 문제, 중소병원 간호 인력을 대형병원으로 이동시키는 문제, 병원 간 서열화를 가속화시키고 공고히 하는 문제 등을 초래하면서 종별 병원의 간극을 더 벌어지게 한다. 결국 의료전달체계를 왜곡하는 문제를 일으켜 도서지역 같은 곳의 의료 환경을 해체시키게 될 것이다.
 
소득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 정의로운 경제 민주화라고 한다면, 모든 지역에서 적절한 의료 환경을 가지는 것은 의료 민주화라고 규정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의 지역적 균형 발전과 합리화를 위해 진료비 집중 문제도 중요하지만, 의료인력의 대형병원 및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빅5병원 집중은 상급종합병원 간 문제로 서울과 지방의 지역적 측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갈등을 증폭시켜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빅5 병원을 포함한 3차 의료기관은 중증 질환과 초응급질환 진료 등에 특화시키면서 그 위상에 걸맞은 연구기능을 표방하는 게 적당하다.
 
국가적 위상을 고려할 때 대학병원들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연구보다 진료량에 매달리는 것이 창피함을 넘어 얼마나 수치스러운 통계인가. 사실 충수돌기염(맹장) 수술이나 항문 관련 질환, 분만, 단순 골절 및 통증관련 치료 등등은 정형화돼 중소병원에서 더 많이 하는 수술 및 치료들이다.
 
대학병원에서 이런 단순 질환을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대학병원은 각종 악성종양, 희귀난치성 질환, 고위험 복합 질병 등처럼 중소병원에서 다루기 힘든 환자들을 다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병원 외래 진료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응급실 기능을 강화해 지역 1∙2차 병원의 환자 전원 및 전출 기능을 확대하고, 정말 필요한 악성 종양, 심∙뇌혈관 질환 등처럼 중증질환 환자들에게 병실을 양보해야 한다. 
 
의료기관은 통제권을 정부에 맡겼으며, 정부는 그 통제권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의무와 각각의 의료기관에게 자율성을 부여해서 일반 국민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갖는다.

의료기관은 을(乙) 입장에서 갑(甲) 위치에 있는 정부와 늘 갈등관계에 있으며, 지금처럼 올바르지 못한 정책이 난립한다면 잘못된 것을 고치기 위해 반론을 제기할 권리를 가진다.
 
의료전달체계 문제점과 간호인력 구인난에 대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통해 갈등을 표출하는 것은 잘못을 전복하고, 포용과 의료 민주화를 지향하는 의료인들의 정당한 표현 방식이다.

학자는 논문으로 말하고 정부는 정책으로 의도를 표현한다. 작금의 정책들이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지역 간∙계층 간 의료환경을 불평등하게 만들어 의료민주화를 거스르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다.
dailymedi@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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